[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 전국 최고의 품질 영양고추…색깔 곱고 매콤달콤 깊은 맛…당질·비타민 함량 월등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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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5   |  발행일 2022-09-15 제10면   |  수정 2022-09-15 07:09
농가 2곳 중 1곳 고추농사…작년 1천459㏊서 4천494t 생산
사라졌던 재래종 대거 복원 성공…'수미향' 등 21종 선보여
기온 등 재배 환경도 최적…전국농산물품평회 10차례 대상

▶연재를 시작하며= 경북 동북부 깊숙한 곳에 있는 영양군은 인구가 1만6천320명(2021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도서지역인 울릉군(8천867명) 다음으로 인구가 적다. 영양의 면적(815.77㎢)은 대구와 비슷하지만 85%가 임야다. 경북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영양읍은 해발 200m, 고추가 많이 나는 수비면은 해발 400m가 넘는다. 영양은 이런 맑은 자연환경 속에서 최고 품질의 농산물과 임산물·축산물을 생산한다. 인구도 적고 농경지도 작지만, 강하고 경쟁력 있는 농촌이다. 영남일보는 13회에 걸쳐 영양의 주요 특산물을 통해 농업 선진도시를 꿈꾸는 영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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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영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은 과거부터 전국에서 손꼽히는 고추 주산지다. 가을철 영양에 가면 어디에서나 흔하게 고추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을볕에 건조되고 있는 빨간 고추의 색깔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영양군 제공〉

고추 하면 영양이다. 영양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고추 주산지다. 영양은 과거부터 수비초 등 고추 재래종의 품질이 뛰어나 일찌감치 고추로 명성을 얻었다. 영양 고추는 청정지역에서 앞선 재배 기술을 가진 농민들에 의해 생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의 고추가 나온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편에서는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영양 고추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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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종에서 시작된 영양 고추의 명성

고추는 한국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채소다. 고추는 국내 채소 중 재배면적이 가장 넓고 생산량도 가장 많다. 하지만 고추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고추는 1614년 일본에서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고추는 각 지역의 기후풍토에 적응하며 다양한 재래종이 생겨났다.

영양에서도 수비초와 칠성초 등 뛰어난 고추 재래종이 재배됐다. 수비초는 1960년대 초 수비면 오기리에서 재배되고 있던 고추 품종이다. 매운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등 품질이 매우 뛰어났다. 수비초는 1982년쯤 다른 지역으로 종자가 보급되며 확산했다. 수비초는 당시 전국농업기술자대회에 출품돼 그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수비초는 아직도 고추 품종 중에서는 품질만을 따지자면 최고로 꼽힌다.

칠성초도 유명했다. 1978년 일월면 칠성리에서 농민 신모씨가 강원도에서 재배되던 고추를 가져다 재배한 것이 시초다. 1981년부터 영양에 확대 재배됐다. 칠성초는 매운맛이 강하고 과피가 두꺼웠으며 색깔도 좋았다. 병해충에도 어느 정도 강해 당시 농가에서 꽤 많이 재배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잡종강세(雜種强勢)를 이용한 교잡종 고추 품종이 각 종묘회사에 의해 보급되면서 영양의 고추 재래종은 줄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수량성과 병저항성이 높은 새로운 교잡종이 보급되며 재래종은 급격히 감소했다. 결국 재래종은 조광·금탑 등과 같이 교잡(交雜)으로 만들어진 F1 세대 품종에 밀려 자리를 내줬다.

2000년대부터 영양에서는 고추 재래종이 하나둘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영양고추연구소에서 영양의 우수한 고추 재래종을 잇달아 복원하면서다. 영양고추연구소는 2001년 수비초를 복원한 '영고4호'를 시작으로, 2004년에는 칠성초를 복원한 '영고 5호'를 육성했다. 이후 2014년 수비초를 복원한 '수미향'까지 모두 21개 토종 고추 품종을 내놨다. 고추연구소는 이렇게 육성한 재래종을 몇 년 전부터 각 농가에 분양하고 있다.

이렇게 재래종의 고유 형질을 바탕으로 육성된 영양 고추 품종은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수비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수미향의 경우에는 일반 고추보다 매운맛이 3~4배 정도 강하며 당도도 높다. 또 맛과 향이 뛰어난 데다가 색깔이 곱고 선명해 인기가 많다.

지난해 기준 영양 고추 재배면적은 1천459㏊에 이른다. 고추 재배 농가만 2천138가구다. 영양 전체 농경지가 7천349㏊, 전체 농가가 4천101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영양 농가 2곳 중 1곳은 고추 농사를 짓고 있다. 영양의 고추 재배면적은 경북의 16.0%, 전국의 4.4%를 차지한다. 지난해 영양의 고추 생산량은 4천494t, 생산액은 822억4천만원에 이른다.

영양 1개 읍과 5개 면 중에서는 청기면(378.5㏊)과 수비면(306.6㏊)에서 고추가 가장 많이 재배된다. 영양은 고춧가루 등 조미료로 만들어지는 건고추 생산량이 생식용인 풋고추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영양의 고추 재배 방식은 노지 재배가 55%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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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전체 농가 4천101가구 가운데 고추 재배 농가만 2천138가구다. 영양 농가 2곳 중 1곳은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농부들이 고추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영양군 제공〉

◆전국 최고 품질 영양 고추

고온성 채소인 고추는 재배단계에서 낮 기온은 25~28℃, 밤 기온은 18~22℃가 가장 적당하다. 고추는 햇빛의 영향은 적게 받지만 햇빛이 충분한 것이 생육에 좋다. 고추는 건조·침수에 약하기 때문에 보수력(수분을 보유하는 능력)이 좋은 토양이 재배에 유리하다. 강우량은 조금 적은 편이 좋다.

영양은 이런 환경을 두루 갖춘 고추 재배 적지다. 영양은 주변 지역보다 일조량이 풍부하며, 기온의 일교차가 크고 강우량도 적은 편이다. 영양의 연평균 기온은 10.2℃, 강수량은 882㎜이다. 특히 영양의 여름(6~8월) 기후조건은 평균온도 22.2℃, 최고 평균온도 27.9℃, 최저 평균온도 17.8℃, 일교차 10.1℃, 강우량 514㎜로 고추 재배에 알맞다. 영양의 토양도 대부분 점질토나 식양토로 고추 농사 재배에 적합하다.

이런 자연환경 덕분에 같은 품종의 고추라 하더라도 영양에서 재배된 것이 더 품질이 좋다. 영양 고추는 맛과 향이 뛰어나며 색깔이 곱고 선명하다. 고추 겉은 윤기가 많이 나고 매끈하며 모양도 좋다. 또 고추의 질감이 좋고 과피가 두껍다. 특히 영양 고추는 고춧가루가 많고 고추씨가 적은 특징도 있다. 단맛과 매운맛이 잘 조화돼 매콤달콤하고 고추의 고유 향기가 강하다.

고랭지에서 재배된 영양고추는 당질 함량이 많고 비타민A·비타민C 함량도 많다. 또 섬유질이 적고 단맛이 많아 식미가 좋은 편이다. 영양 고춧가루로 김장을 하면 김치가 잘 시지 않다. 특히 영양 재래종인 수비초는 김장김치를 담글 때 다른 고추보다 맛과 색깔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농촌진흥청 생활과학연구소의 성분 분석에서 영양 고추는 당질과 비타민 등이 다른 지역 고추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양 홍고추의 경우 100g당 비타민C는 121㎜g(전국 평균 30㎜g), 비타민B2는 0.36㎜g(전국 평균 0.05㎜g), 당질은 7.9g(전국 평균 6.3g)이 들어있었다. 또 수비초를 건조해 만든 고춧가루에는 100g당 비타민C가 92.0㎜g(전국 평균 55.8㎜g), 비타민B2가 1.13㎜g(전국 평균 0.96㎜g), 당질이 38.0g(전국 평균 37.7g)이 함유돼 있다. 영양고추는 이런 품질을 인정받아 전국으뜸농산물품평회에서 지금까지 10차례나 대상을 받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뛰어난 재래종을 재배해온 영양 농민들의 고추 재배 기술도 뛰어나다. 영양은 고추 재배 농민들의 품종 선택과 재배 관리 기술·건조 기술은 다른 지역보다 앞서 있다.

영양 고추 재배 기술은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영양은 1962년 이전에는 노지직파 재배를 했지만, 이후 보리 뒷그루 노지육묘 이식재배를 도입했다. 이어 1965년에는 비닐터널 간이온상육묘가 시작됐고, 1968년에는 처음으로 양열온상 비닐멀칭재배가 도입돼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1982년부터는 전열온상 육묘와 함께 안정적인 육묘기술이 보급됐고, 2010년부터는 부직포 막덮기 재배기술이 시작되며 재배 기술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영양은 고추와 관련한 각종 인프라도 풍부하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은 1995년 영양읍 대천리에 영양고추연구소를 설립했다. 전국에서 유일한 고추 전문연구기관이다. 영양고추연구소는 우량품종 육성·고추 품질 향상 연구·생산비 절감 기술 개발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영양군은 2006년 일월면 가곡리에 지방공기업인 영양고추유통공사를 세웠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고추 건조처리공장과 고추 분쇄공장·저온저장고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2007년 일월면과 수비면 일원을 영양고추산업특구로 지정했다.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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