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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대구초등 학생들이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말놀이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
'심심(甚深)한 사과' 논란이 문해력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켰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말의 뜻을 '지루한' 정도로 오해하면서 생긴 논란이다. 이런 논란이 아니어도 학부모들은 자녀의 문해력에 주목해왔다. 문해력을 제때 키우지 못한 채 아이들이 성장할 경우 학습 부진을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문해력은 우리 삶의 전반에서 가장 기본이 되면서 핵심이 되는 능력이다. 이에 자녀의 문해력을 키워주기 위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문해력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A: 문해력은 기초적인 읽기 및 쓰기를 넘어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야 실제적인 문해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문해력을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해력은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는 도구로 학습 능력을 좌우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국어 과목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 필요한 기초 이해 능력이다. 문해력이 있어야 수리력을 발휘할 수 있고 영어 등의 외국어 습득도 가능해진다. 특히 만 8세 이전의 초기 아동기 문해력은 정말 중요하다. 초기 문해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는 학교 공부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학습에 대한 많은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아이들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학원이나 과외 등을 떠올리지만, 학원을 보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문해력 수준을 파악한 뒤 문해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야구나 농구 등의 운동에 필요한 기량을 갖추려면 먼저 단련해야 할 근육이 있는 것처럼 학습도 문해력이라는 기본적인 근력을 키워야 한다.
Q: 문해력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은.
A: 문해력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독서는 뇌를 발달시키고 창의성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자 문해력 발달의 기초가 되는 활동이기도 하다. 그런데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스마트 폰이나 TV 속의 영상이나 이미지는 이해가 잘 되는데 글은 몇 번이나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자주 볼 수 있다. 책을 잘 읽는 것과 잘 읽지 못하는 것의 격차는 적절한 학습과 훈련을 통해 줄일 수 있다.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키우고 문해력 수준을 높이려면 '소리 내어 읽어주기'가 정말 중요하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소리 내어 읽어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권장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소리 내어 읽기주기'를 한다고 해서 무작정 많이 읽어주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부모와 아이 간 상호작용이 되지 않는 책 읽어주기는 아이들의 문해력을 성장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책 읽어주기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책 속 사실 확인과 같은 단순 질문을 계속하게 되면 아이들은 질문에 대한 옳은 답을 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책 읽기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만큼 아이가 책이나 글 속 다양한 상황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질문을 하거나 아이의 반응에 대해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공감 및 피드백해 주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또 아이가 책 읽기에 흥미를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아이가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흥미를 보이지 않을 때는 잠시 멈추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 책을 읽을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일방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만 보여주며 아이에게 책 내용을 상상해보게 하거나 책 제목을 가린 채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만 보고 제목을 맞혀보게 하는 놀이도 아이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 이때 제목을 정확하게 맞히는 걸 목표로 삼으면 안 되고 아이들 스스로 유추하고 상상해보게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 일반 책이나 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일반 책보다 약 2~3배 정도 큰 '빅북'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책의 크기로 관심을 끈 뒤 큰 그림과 화려한 색채로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책에 대한 친근감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려면 책을 읽어주는 방법만큼 책과 친해지도록 하는 환경도 중요하다. 책을 어느 한 공간에만 두기보다 방, 거실 등 다양한 곳에 책을 마련해두고 아이들이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Q: 독서 이외에 아이들과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A: 독서 이외에 아이들의 문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은 '말놀이'라고 생각한다. 말놀이를 하면 아이들이 다양한 언어적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음운론적 인식 발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규칙에 따라 말을 주고받는 말놀이 활동을 하면서 아이는 말의 의미를 탐색하고 그 내용을 다시 경험하면서 말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단어 거꾸로 말하기'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책가방을 방가책으로, 컴퓨터를 터퓨컴 등으로 거꾸로 말하는 것으로, 이때 아이들 머릿속에서 글자를 다시 그려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소리를 다루는 활동이 되는 것이고, 문해력을 길러줄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또 부모나 아이가 의성어나 의태어로 말하고 그것이 어떤 동물이나 사물을 나타내는지 맞히는 '의성어-의태어 말놀이'는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효과적이고, 상상력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빨리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을 빠르게 말하는 '잰말 놀이'는 음운론적 인식 발달에 도움이 된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등 비슷한 말소리로 연결된 문장을 빠른 속도로 읽으면 되는 놀이로, 발음 연습은 물론 반복되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음절과 음소에 집중하게 되어 음운론적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남대구초등 김효석 교사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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