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목소리 2주 이상 지속 시 후두암 가능성 있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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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0 07:18  |  수정 2022-09-20 07:20  |  발행일 2022-09-20 제16면
대개 감기처럼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자연 회복돼…성대 쉬는 것 중요
흡인 발생해 사레 자주 들거나 목에 멍울 만져지는 경우 철저한 검사 필요
후두암 발생 위험,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 남성 10배·흡연 여성 8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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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호흡기관 중 후두와 폐, 그리고 갈비뼈와 가슴근육 등이 서로 연결되어 완성된다. 이중 후두는 소리의 높낮이와 크기, 음색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고, 후두 중 성대는 음성을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성대에서 만들어지는 소리는 목, 입, 코를 통과하면서 변화와 공명이 일어나고, 그 차이로 개인의 목소리가 다르게 결정되는 것이다. 문제는 평소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는 말을 듣는 이들 중에서도 쉰 목소리(애성-Hoarseness)로 고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목이 잠겼다" "음성이 갔다"고 표현되기도 하는 이런 쉰 목소리는 왜 생기는 걸까.

◆쉰 목소리가 생기는 이유는

쉰 목소리는 후두 중 성대에 이상이 있을 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쉰 목소리가 나오게 되는 원인은 성대 표면 이상으로 성대진동의 이상, 한쪽 또는 양쪽 성대의 마비 등과 같이 성대폐쇄가 불완전한 경우, 그리고 성대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장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인 질환으로는 특별한 점막 종괴가 없는 후두염과 같은 염증성 병변부터 후두암과 같은 악성 종양까지 다양하다.

우선 후두점막 질환으로는 후두염을 비롯해 성대결절(vocal nodule), 성대용종(vocal polyp), 성대부종(laryngeal edema), 성대구증, 후두유두종, 백반증(leukoplakia), 역류성 후두염(위식도 역류), 후두암 등이 있다.

우선 후두염은 감기를 앓은 후, 과로한 경우, 갑자기 많은 말을 했거나 고함을 많이 지른 후, 또는 본인 성량에 맞지 않는 고음의 노래 등을 한 후 쉰 목소리가 나타날 때 생긴다. 이때 성대를 관찰해보면 성대점막이 부어있고, 충혈되어 있는 후두염 소견을 볼 수 있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차 이런 행동을 반복하면 이런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예가 많다. 이를 만성 후두염이라고 한다. 이 경우 음성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비교적 괜찮다가도 다시 사용하면 음성이 쉽게 변하고 다소의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성대결절과 용종도 대표적인 후두점막 질환으로, 성대 한쪽 또는 양쪽에 좁쌀 크기의 작은 혹이 생긴다. 이중 단단한 굳은살처럼 보이는 것을 '결절', 좀 더 크고 물혹처럼 생긴 것을 '용종'이라고 부른다. 이 물혹은 성대마찰이 지나칠 경우 성대가 부어올랐다가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굳어져 생긴다. 용종은 작은 혈관이 터져 피가 고여 있다가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말을 많이 하는 종교인과 교사, 상담사 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결절의 경우 가수에게도 많이 유발돼 가수결절(singer's nodule)이라 불리기도 한다. 성대용종은 결절에 비해 흡연과 좀 더 관련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대부종은 흡연이나 과음 등으로 후두에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상황에서 성대에 계속해서 무리를 줄 경우 발생한다.

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후두점막에 작은 포도 모양의 혹을 유발하는 후두유두종은 성인형과 소아형이 있고, 재발 위험성이 높다. 백반증은 성대점막에 백색 반점이 생기는 것을 통칭하는 것으로, 조직 검사를 해보면 염증에서 암까지 다양하게 진단되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 후 조직 검사를 재시행해 암이 아닌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역류성 후두염은 중년 이상 여성과 60대 이상 노인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역류성 식도염과 달리 정중앙의 화끈거리는 듯한 흉통을 호소하지 않고, 아침에 악화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아지는 목소리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또 후두암은 부위별로 조금씩 다르다. 성대에 생긴 성문암은 쉰 목소리가 조기에 발생,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도 좋다. 하지만 성대를 제외한 후두 다른 부위에 생긴 암은 예후가 좋지 않다. 후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 남성의 경우 10배가량 높고, 흡연 여성은 8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주 이상 계속되면 전문가 도움 받아야

쉰 목소리는 대개 감기처럼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회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쉰 목소리가 있으면서 흡인이 발생해 사레가 자주 드는 경우, 목에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에는 원인 규명을 위해 철저한 후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40대 이후 흡연 남성의 경우 후두암 가능성이 큰 만큼 반드시 검사를 해봐야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쉰 목소리가 생긴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성대 사용에 문제가 있다면 우선 성대를 쉬는 것, 즉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감기로 인한 경우는 약물요법을 주로 사용하고, 후두 자체 질환이라면 이에 맞는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후두점막 질환의 경우 결절과 후두염은 주로 투약과 생활습관 변경, 음성 치료 등으로 진행한다. 단, 성대구증은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쉰 목소리와 관련한 모든 치료, 그리고 치료 후에도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맵거나 짠 음식, 콜라 등 탄산음료, 커피나 녹차도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자기 전 음식물을 먹지 말고, 식사 후 바로 눕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밖에 물을 하루 2ℓ 정도 조금씩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마시는 게 좋다.

또 성대운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약이나 수술은 없지만, 환자가 불편해할 경우 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술이나 시술법은 다양하다. 연축성 발성장애의 경우에는 보톡스 주사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영남대병원 송시연 교수(이비인후과)는 "쉰 목소리는 간단한 증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두암과 같은 심각한 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 만큼 중년 이후 남성, 특히 흡연자라면 쉰 목소리가 생겼을 때 반드시 이비인후과적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송시연 영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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