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00원 뚫린 환율…비상상황 방어할 능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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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3   |  발행일 2022-09-23 제23면   |  수정 2022-09-23 06:38

미연준(Fed)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연이어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이다. 시장에선 11월·12월에도 각각 0.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올 연말 연방 기준금리가 4%를 넘는다는 의미다. 우리 외환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22일 달러당 원화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마저 뚫렸다. 13년6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1,450원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한다.

'킹달러 현상'과 맞물린 고환율은 추세적이다. 그래서 더 난감하다. 알다시피 환율 상승이 수출을 견인하던 시절은 지났다. 수입원자재 가격과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재일 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1일 환율·임금·원자재가격 3중고를 겪으면서 기업의 상반기 생산원가가 지난해보다 8.7%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나면서 10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반영하듯 국채 3년물 금리는 11년 만에 연 4%를 돌파했다.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부동산 경착륙 경고등이 커지면서 '영끌족'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처지다. 한계기업들이 얼마나 버텨낼지도 의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대해 "분야별·단계별 시장 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며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해법의 구체성이 없고 일촉즉발의 경각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미 통화스와프나 중소기업 금리부담 완화 같은 현실적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 비상상황에 대한 정부의 방어능력이 왠지 미심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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