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동행취재기④…정상회담 축소마저 덮어버린 尹 욕설과 대통령실 해명

  • 미국 뉴욕에서 정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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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2   |  발행일 2022-09-23 제2면   |  수정 2022-09-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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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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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대(NYU) 키멜 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두번째 해외순방 핵심이었던 21일(이후 현지시간)의 '외교 일정'은 그야말로 '참사'와 같았다.


공식적으로 6개 일정을 소화하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으나 핵심 일정인 한일·한미 정상회담이 약식으로 치러지면서 공감대 형성 외에 현안 해결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출국 전 외교 일정을 선 공개할 당시 현안 해결에 기대를 모았지만 사실상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셈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타국 의회를 향한 욕설 논란과 대통령실 관계자의 이해할 수 없는 해명까지 불거지면서 악몽과 같은 하루로 남게 됐다.

◆ 일본 언론 통해 먼저 공개된 한일정상회담
이날 오전 대통령실은 일정 브리핑에서 한일·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 독일 정상회담 외에는 "진전된 상황이 나오는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며 일정 공개에 답을 피했다.

한일정상회담의 경우 순방에 동행한 기자단이 모두 파악하지 못하다, 일본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먼저 공개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한일정상회담이 시작된 지 2분이 지난 낮 12시 25분쯤 "한일정상회담이 지금 시작한다"며 순방 동행 기자단에 알렸다. 오전에 브리핑이 있었던 한국-독일 정상회담의 경우 언론에 미리 공지되고 행사에 참석하는 풀 기자단이 꾸려졌던 점과 대비된다.

결국 우리측 기자들은 참석하지 못했고 온전히 대통령실의 브리핑을 통해 해당 사실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일본 기자의 SNS에는 윤 대통령이 회의장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한국 언론은 물을 먹은(낙종)셈이 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해당 빌딩에서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회의가 있었다"며 "그래서 일본 기자들이 취재를 했고 거기에 윤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일부 일본 취재진에 노출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평소 엠바고(보도유에)나 오프더레코드(보도금지) 등으로 일정을 사전에 설명했던 것과 달리, 행사 3~4시간 전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이 일반적으로 의제를 정하고 논의하는 정상회담이 아닌 '약식회담'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현안을 정해놓고 회동이 이뤄진 것이 아님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간담(터놓고 친밀히 대화)'이라고 의미를 더욱 축소했다. 윤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 총리가 관계 개선이란 큰 흐름에서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결국 회동이 '빈손'으로 마무리 된 셈이다.

◆ 욕설로 모든 이슈 덮어버린 한미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전날부터 회담이 아닌 회동 등으로 간소화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갑작스런 영국 국장 참여와 미국 내 정치 일정 때문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정치 상황으로 인해 유동적으로 사정이 변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통령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당초 참석 대상이 아니었던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덕분에 이날 오후 예정됐던 행사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는 대통령이아닌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주최하는 행사로 대체됐다.

하지만 결과는 48초 밖에 되지 않은 정상 간 '환담' 비롯한 두번의 짧은 만남이었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이같은 짧은 대화와 리셉션 에서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통화스와프)에 관해 협의했다면서 한미간의 진지한 협의가 이어나가기로 협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측 대통령실 간, NSC 간에 주요 이슈에 관해서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며 "일정 축소라는 돌발 변수에도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 고민을 한 끝에 환담을 통해서라도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통화스와프의 경우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지만,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던 만큼 관심을 모았던 IRA 내용 중 전기차 등 한국 기업에 차별적 요소 해소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악몽같은 하루의 화룡점정은 '욕설 논란'이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환담을 나눈 퇴장 과정에서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취재진의 영상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의에 나오면서 수행하던 우리 측 인사들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자정을 넘겨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같은 대해 "어떤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이 관계자는 "무대 위의 공적 말씀도 아니고 지나가는 말씀으로 이야기한 것을 누가 어떻게 녹음을 했는지 모르지만, 진위도 사실은 판명을 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취재에 참석한 국내 기자단이 촬영한 것이지만 사적으로 불법으로 녹음 녹취한 것이라는 취지의 답을 한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그 해당국이 어떤 나라를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글로벌 펀드 공여 근거와 관련해서는 미국 의회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미 의회와 연관성을 부인했다.


미국 뉴욕에서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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