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선의의 경쟁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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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6  |  수정 2022-09-26 06:59  |  발행일 2022-09-26 제26면

[취재수첩] 선의의 경쟁
마준영기자<경북부>

최근 들어 대구시의 '군부대 통합이전'과 관련한 경북도 지자체의 유치 경쟁이 점차 과열되고 있다. 이전 대상은 국군부대 4곳(2작전사령부·50보병사단·5군수지원사령부·방공포병학교)과 미군부대 3곳(캠프워커·헨리·조지) 등 대구 도심 내 군사시설 7개소다.

경쟁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주민이 자발적으로 유치위원회까지 구성한 칠곡군은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호국 도시'인 점과 사통팔달의 교통망, 미군부대(캠프캐럴) 주둔 등 군부대 유치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후보지로 제시된 석적읍 망정·도개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낸 '다부동 전투'의 현장이고, 주변에 호국평화기념관·평화전망대 등 호국 관련 인프라와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 등의 소프트웨어까지 잘 갖춰진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군위군은 대구시 편입을 강조하며 "땅 다 내놓겠다. 국방부가 어디든 찍어라"며 백지수표를 내밀었다. 영천시는 지역 출신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상주·문경·의성도 유치 경쟁에 가세한 상태다.

경북지역 시·군이 너도나도 군부대 유치 경쟁에 나선 것은 지역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밀리터리 타운' 조성으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인구도 자연스레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오천·이치리가 대표적 예다. 이 지역은 한때 고층건물과 도시가스가 없고 변변찮은 문화·체육·상업시설이 없는 시골 동네에 불과했다. 이런 지역이 2007년 택지지구 조성 등의 지원 조건으로 특수전 사령부가 들어서면서 환골탈태했다.

2012년부터 본격 개발이 시작돼 대단지 주거시설과 대형상권이 들어서며 도로망이 확 뚫렸고, 공공인프라는 물론 학교, 공원 등이 갖춰지면서 미니 신도시급으로 변했다. 강원도에 주둔하는 군부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도 경제 총생산 규모의 10.3%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를 보면 지방소멸시대를 겪는 중소 지자체가 군부대를 기피시설이 아닌 지역경제를 먹여 살리는 효자로 인식하고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행보로 보인다.

문제는 유치 경쟁 과열로 예상되는 각종 후유증이다. 후보지가 확정·발표되면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의 희비가 교차하겠지만, 어느 곳이 됐든 간에 결과가 나오면 깨끗이 받아들여야 한다. 지역을 넓혀 경북의 입장에서 보면 뺄셈이 아닌 덧셈의 방식이 아닌가. 내부 경쟁이 아닌 경북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화합과 상생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 본다.마준영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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