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웹소설 영상화 '황금알 낳는 거위' 됐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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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9   |  발행일 2022-09-29 제14면   |  수정 2022-09-29 07:18
지식재산권(IP) 활용의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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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IP)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시장 사이즈가 줄어든 만큼 복합적인 IP 확장 등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이 그 중심에서 K-콘텐츠의 위상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중국 영화 '독행월구(獨行月球)'가 대표적이다. 장르나 사이즈만 가지고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는 시대는 지났다.

조석 작가의 웹툰 '문유' 中서 영화화
현지 박스오피스 2위 등 놀랄만한 성과
카카오엔터선 작품 판권 20% 해외판매

국내 시장서 검증받은 원작 IP '주목'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

◆슈퍼 IP의 글로벌 활용

'독행월구'는 '마음의 소리' '조의 영역' 등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조석 작가의 네이버 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웹툰 '문유'는 소행성 충돌로 지구 인류가 멸망한 뒤 달에 홀로 남은 우주 비행사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SF 코미디로, 2016년 6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연재됐다.

쇼박스는 일찌감치 슈퍼 IP로서 '문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중국의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 이후 중국 내 자회사인 북경수박사문화발전유한공사를 통해 영화화를 추진했고, 중국 현지의 중견 영화사 개심마화와 협업을 진행했다. 협업은 성공적이다. 9월 현재 누적 관객 수 7천만명, 입장료 수입 약 6천억원을 벌어들여 2022년 중국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는 한국 IP를 원작으로 제작된 기존 중국 영화들 및 앞서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들의 흥행 성적을 모두 넘어서는 기록이다. 조심스레 한한령 완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CGV도 자회사인 CJ 4DPLEX가 네이버 웹툰과 협력해 영화 '4DX 문유'를 기획·제작했다. '4DX 문유'는 웹툰 그림체와 말풍선 등 원작 그대로를 스크린에 옮기고, 카메라를 이용해 움직임을 만들어 '4DX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현했다. 원작 웹툰과 동일한 말풍선과 프레임을 사용하는 타이포 그래픽을 통해 주요 정보들을 전달하게 되는데, 웹툰을 읽는 방법인 화면 위로 올리기, 옆으로 넘기기 등 영화관에서 웹툰 특유의 손맛을 살리는 방식으로 연출돼 눈길을 끈다.

◆웹툰·웹소설 원작이 거둔 유의미한 성과

'문유'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네이버·카카오의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상물은 이미 해외 박스오피스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인수한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 연재됐던 '애프터' 시리즈를 영화화한 '애프터 에버 해피(After Ever Happy)' 역시 지난 7일 개봉 후 이틀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 웹툰은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현지에서 발굴한 작품들의 영상화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해 판매된 50여 개 웹툰·웹소설 작품의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판권 20%가 해외 제작사에 판매됐는데, 그중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무빙')와 애플TV플러스('닥터 브레인')가 포함된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7월 일본 지상파에서 방영된 카카오웹툰 '이태원 클라쓰' 리메이크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에 이어 일본 제작사 에이원픽쳐스와 협업한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도 내년 중 공개할 예정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제 오리지널 시나리오만으로는 흥행 가능성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그만큼 웹툰 IP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이번 '문유'의 성공으로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국내 슈퍼 IP를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P 콘텐츠 스튜디오로 거듭나다

10월5일 열리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스토리 마켓'은 스토리IP의 중요성과 사업적 가치를 확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원천IP 마켓 중 하나다. 매해 50개국 이상에서 참여한 2천명 이상의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 IP로 선정된 30여 편 작품을 피칭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다. 그 중심에 '죽음의 꽃' '시뮬레이션' 2편이 선정된 국내 IP 콘텐츠스튜디오 이오콘텐츠그룹이 있다.

이오콘텐츠그룹은 스토리IP의 중요성에 기반하여 한국의 스토리IP들의 글로벌진출을 목표로 2019년부터 170여 명의 전문 창작집단과 함께 오리지널 스토리 IP를 발굴·육성·개발해왔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 어필할 수 있고 다양한 매체와 스토리로 확장 가능한 트랜스미디어콘텐츠 개발에 힘써왔다. 그 일환으로 올해 초 장르 소설을 출간해온 델피노와의 IP 크로스오버 사업화 협약도 맺었다. 'D.P'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원작 IP 확보를 통한 글로벌 영상화 성공 사례가 늘어났듯 양사의 IP 크로스오버가 영상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의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오콘텐츠그룹 오은영 대표는 "OTT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창작자들의 오리지널 IP 못지않게 기존 시장의 검증을 받은 원작 IP를 통한 제작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유명 원작 IP를 확보하고 영상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원작의 원형적인 장점과 각색의 새로운 장점을 연결하여 만들어지는 Neo-IP를 통해 다각적 글로벌 IP 라인업을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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