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국가 땅도 20년 이상 점유하면 내 땅이 되나?
A는 25년 전 B로부터 논 1천㎡를 매수해 농사를 짓고 있는데, 갑자기 군청에서 “측량을 해보니 A 논이 국가소유의 도로 70㎡를 침범했다"면서 변상금을 내야하고, 계속 사용하려면 대부계약을 맺고, 대부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통고를 해 왔습니다.
A는 깜짝 놀라 주위에 알아보니 국가 땅이라도 20년 이상 점유했다면 시효취득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변상금을 물고 국가와 대부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여기서 과연 A는 국가에 대해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할 수 없이 대부계약을 내야 할까요.
내가 매수하여 경작하는 논에 개인의 땅이 아니라, 국공유재산인 토지가 들어와 있다면 문제가 좀 달라집니다.
이에 대해 먼저 국가 소유재산에 대한 국유재산법, 지자체 소유 재산에 대한 공유재산물품관리법의 관련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국유재산법 제6조(국유재산의 구분과 종류)
① 국유재산은 그 용도에 따라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구분한다.
② 행정재산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공용재산: 국가가 직접 사무용ㆍ사업용 또는 공무원의 주거용(직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한정한다)으로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
2. 공공용재산: 국가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
3. 기업용재산: 정부기업이 직접 사무용ㆍ사업용 또는 그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의 주거용(직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한정한다)으로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
4. 보존용재산: 법령이나 그 밖의 필요에 따라 국가가 보존하는 재산
③ “일반재산”이란 행정재산 외의 모든 국유재산을 말한다.
●국유재산법 제7조(국유재산의 보호)
① 누구든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국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하지 못한다.
② 행정재산은 「민법」 제245조에도 불구하고 시효취득(時效取得)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5조, 제6조 : 위 국유재산법(6,7조)과 거의 동일한 규정을 둠
결국 국유재산이든, 지자체의 공유재산이든 행정재산과 일반재산 중 ’행정재산‘은 민법상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고, 오로지 ’일반재산‘만 대상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공유재산을 20년 이상 점유한 자가 시효취득을 주장하려면 관리청(캠코, 즉,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를 대항하고 있음)에 문의하여 행정재산인지, 일반재산인지 여부부터 확인해보아야 하겠지요. 행정재산인데도 시효취득을 주장하여 소송까지 제기했다가 소송비용만 날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지요.
다만, 행정재산도 관리청이 용도폐지를 하면 일반재산으로 인정해 대부·매각 등의 처분이 가능하고, 시효취득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 공용폐지(公用廢止)란 '공물(公物)로서의 성질을 상실시키는 의사표시’로서, 예컨대 도로나 구거, 하천 등이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면 공용폐지를 해 일반재산화하고 필요한 개인에게 불하(매도)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유의할 점은 행정재산인 도로나 하천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해 잡종지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도 용도폐지가 되지 않으면 시효취득이 안되는 점 유의해야 합니다. 용도폐지는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나 행정주체가 점유를 상실했다거나 장기간 방치 혹은 행정재산이 본래의 용도에 제공되지 않는 상태에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묵시적인 공용폐지의 의사표시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게 판례입니다(대판 2010다58957).
따라서 A의 논에 포함된 도로 70㎡에 대해 그 관리청이 정식으로 공용폐지를 한 바가 없을 뿐아니라 상당기간 점유를 상실, 방치했다거나 도로의 기능을 잃고 논으로 사용됐다는 사정만으로 묵시적인 공용폐지를 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A는 20년 이상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했다 하더라도 시효취득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입니다.
Q. 개인소유 도로부지, 지자체의 시효취득으로 빼앗길 수도 있다?
개인 소유 토지가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로부지로 들어가 있으면 특별히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가·지자체를 상대로 토지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매투자에서도 블루칩으로 도로부지가 떠오르고 있는데, 당장 쓸모가 없지만,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고, 장기간 묻어두면, 재개발 등으로 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으며, 도로를 관리하는 지자체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 사용료를 챙기거나, 감정가 정도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로부지에 따라서는 토지사용료 청구는커녕 아예 토지소유권을 점유관리자인 지자체에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매로 그런 도로부지를 잘못 매수했다가는 사용료를 받기는 커녕 낙찰대금도 한푼 챙기지 못하고 땅을 고스란히 지자체에 빼앗길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구고법은 지자체에게 개인소유의 도로부지에 대한 민법상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한 판결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2017. 7. 12. 선고 2016나25516 판결) 도로부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땅을 빼앗기는 청천벽력같은 일이지요.
구미에 사는 A가 소유한 대지 317㎡(96평) 중 89㎡(27평)가 1970년 5월12일 도로구역으로 편입되었고, 그해 12월30일에는 대장상 토지가 분할돼 228㎡(69평)는 대지로, 89㎡(27평)는 도로로 지목이 변경됐으며, 분할등기는 1972년 3월18일 이뤄졌습니다.
그 후 구미시는 위 89㎡ 도로를 포함해 1981년 7월9일 도로확장개설공사를 마치고 도로로 점유·사용해 왔습니다.
한편, B는 위 분할된 228㎡ 대지를 1971년 11월19일 A로부터 매수해 소유하고 있으며, 도로관리청인 구미시를 상대로 토지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구미시는 도시계획도로에 편입된 도로부분을 도로개설 당시 다른 편입토지와 마찬가지로 관계 법령에 따른 보상절차를 완료한 후 도로로 사용했고, 토지를 20년 이상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도로개설 완료일인 1981년 7월9일부터 20년이 경과한 2001년 7월9일 시효취득했으므로 부당이득반환을 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우선 구미시가 도로개설시점으로부터 시간이 오래 경과해 문제된 도로부분에 대한 소유권취득서류를 찾지 못해 제출하지 못한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구미시가 점유자로서 자주점유가 추정되는 점, 분할시부터 B가 취득한 대지에는 세금을 부과했으나 도로 부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은 점, 도로편입 당시 인접 필지도 하나의 필지에서 둘로 분할되면서 도로로 지목변경된 부분이 구미시로 소유권 이전이 된 점, 나머지 도로편입 토지들도 모두 구미시로 소유권 이전된 점, 도로부분 토지가격이 상당한 거액임에도 B가 토지취득 후 40여년간 이의제기나 보상요구를 한 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구미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론적으로 구미시가 B의 토지를 도로구역에 편입할 당시 소유권 취득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처럼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로부지를 경매 등으로 취득하여 사용료청구를 하거나 보상받거나 향후 재개발 시 큰 차익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자체가 시효취득으로 빼앗아 갈 가능성, 즉 시효취득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해 미리 세밀히 검토한 후에 취득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입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