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형 프로젝트의 힘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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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9  |  수정 2022-10-19 06:48  |  발행일 2022-10-19 제26면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재계 총수들 전폭 지원 활기

청년 떠나 쇠락세 만연 대구

첨단 신산업 육성 프로젝트로

기업·생산도시로 리셋 절실

[동대구로에서] 대형 프로젝트의 힘
최수경 경제부장

지난 주말 TV 채널을 돌리다가 세계 최정상 K팝 그룹 'BTS' 부산 공연이 실황 중계되는 장면을 봤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었다. 관객 5만명이 현장에 운집했고, 온라인 접속을 통해 전 세계 229개 지역에서 시청했다. 부산이 BTS를 등에 업고 도시 홍보쇼를 화끈하게 한 셈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재계 총수들도 묵직하게 거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멕시코와 파나마 대통령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정 회장은 중남미 10개국 장·차관도 초청했다. 국내 그룹 총수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외치고 있다.

경부선 끝자락에 위치한 부산이 이렇게 국내에서 전방위적 환대를 받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세계박람회(경제유발 효과 61조원)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빅이벤트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는 간다. 부산은 인구감소 등 각종 사회경제지표 발표에서 늘 대구와 꼴찌를 다퉈왔다. 올해 발표된 통계청 인구예측 자료를 보면 2050년쯤 부산과 대구는 각각 지금보다 인구가 84만명, 61만명이 준다. 감소 폭 규모가 대구와 나란히 1, 2위다. 요즘 도시 열기만 놓고 보면 부산이 대구보다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떠났던 청년과 기업들이 부산으로 돌아와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형 프로젝트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당연히 부럽기도 하다.

대구를 생각하면 답답함이 엄습해온다. 도시의 기운이 땅에 닿아 비상하는 법을 잊었다. 지역 출신 대통령을 여럿 배출해도 그때뿐이다. 정작 국정 지휘봉을 잡으면 다른 지역 눈치를 보느라 대구는 뒷전이다. '실속형 사업'이라며 국비만 사업별로 찔끔 내려주며 이해만 고한다.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았을 땐 대정부 소통 창구 부재로 속만 태웠다.

여야로부터 모두 러브콜을 받는 부산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부산 요구는 서로 들어주고 싶어 안달이다. 현 정부에서 대선공약으로 내건 국책은행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절차가 스타트를 끊은 점이 단적인 예다. 대구가 줄곧 공공기관 이전 '0순위'로 지목했던 기업은행 이전 논의는 함흥차사다.

대구는 '생산 불모지 프레임'에도 갇혀있다. 1992년 이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부문은 전국 꼴찌 자리를 한 번도 내 준 적이 없다. 백화점과 아웃렛은 지천이다. 소비도시로 전락했다. 화수분처럼 생산물량이 쉼 없이 쏟아지고 투자유치가 활발한 '기업 도시'로 리셋(Reset)하긴 쉽지 않은 여건이다.

다행히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대구는 시스템 반도체,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ICT기반의 초연결 기술융합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양질의 일자리 확보만이 도시를 지탱하는 청년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30년 뒤 대구의 생산연령인구(15~60세) 감소율은 49%로 전국 최상위권에 봉착한다. 부산처럼 초대형 프로젝트까진 바라지 않는다. 시민들은 1990년대 초중반 삼성상용차 철수, 쌍용차 구지공장 유치 백지화에 투자유치 트라우마가 있다. 확실한 목표가 설정된 대형 프로젝트 발굴 및 관철이 기업도시로 가는 매개체다. 큰 바위는 처음엔 밀기 어렵지만 한번 움직이면 잘 굴러간다.
최수경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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