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문화에 한류가 흐른다

  • 윤용섭
  • |
  • 입력 2022-10-20 07:26  |  수정 2022-10-20 07:34  |  발행일 2022-10-20 제14면
런던아시아영화제 '서울나잇' 선보여
한국 편의점·음식 등 체험 섹션 마련
미국 AMA, K-pop 아티스트상 신설
아시아선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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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주연의 영화 '헌트'를 보고, 극장에서 서울을 경험하고, OTT 플랫폼으로 익숙한 K-푸드를 시식하는 '팝업 키친'까지. 지난 19일 개막한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가 한국의 문화를 현지에 소개하는 '3대 K컬처 기획'을 마련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유럽 및 북미 지역 등 그 어떤 영화제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특별한 섹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미국 3대 음악상 중 하나인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가 K-pop 아티스트상을 신설한다고 발표했고, 아시아에선 한국영화 리메이크작이 현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전 세계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한류의 저력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한국영화 단골 배경 편의점이 런던에?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시아영화제로 평가되는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올해 개막작 '헌트'를 시작으로 총 12일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배우 이정재, 임시완, 이정은도 함께 런던을 찾았는데, 영화제 측은 유럽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들 배우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다이내믹한 서울과 편의점, K푸드를 관객이 직접 체험하는 섹션을 마련했다. 서울관광재단과 손잡고 올해 처음 선보인 '서울 나잇'을 통해서다.

'서울 나잇'은 한국영화를 통해 K컬처를 간접적으로 접한 유럽의 관객에게 직접적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했다. 런던의 중심 레스터 스퀘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극장 내부를 서울의 이미지로 꾸며 관객에게 서울에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해외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한국의 편의점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 속 편의점 체험'도 관심의 대상이다. 영화 '기생충' 인기에 착안한 '짜파구리 캠페인'이 각국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만큼 런던아시아영화제는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 영화 속 한식 메뉴를 따라 해 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런던아시아영화제 전혜정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는 이제 영국에서 다양성 문화가 아닌 주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며 "영국에서 민간이 아시아영화를 아우르는 영화제의 대표성을 구축하기 쉽지 않았지만 한국영화 콘텐츠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K-콘텐츠, 주류의 중심에 서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철옹성 같았던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이라는 성벽이 K-콘텐츠에 의해 허물어지는 상황을 목도했다. 영화, 대중음악, 드라마 순이었다. 여기에 더해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는 K-pop 아티스트상까지 신설했다. AMA는 1974년 시작된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BTS는 작년 시상식에서 쟁쟁한 팝스타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받았다. 그래미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를 합친 3대 음악상 중 K-pop 시상 부문이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AMA는 일반 팝, 컨트리, 힙합, R&B, 라틴, 록 등 음악 장르별로 나눠 시상해왔는데, 이번에 장르 부문에 K-pop을 추가한 것이다. 음악 전문매체 빌보드는 "K-pop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국영화 리메이크작에 대한 아시아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도 폭발적이다. 베트남에선 '수상한 그녀'를 본뜬 '내가 니 할매다'의 성공 이후 '써니'와 '과속스캔들'을 현지화한 '고고 시스터즈'와 '스캔들 메이커'가 흥행 돌풍을 일으켜 K-콘텐츠의 저력을 거듭 입증한 바 있다. 올해 개봉해 인기를 끈 '혼 파파 다 콘가이' 역시 한국영화 '아빠는 딸'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베트남에서 K-콘텐츠는 이제 보증수표로 통한다. 실력 있는 현지 감독과 배우가 한국영화 리메이크 제작에 적극 나서며 지속적인 한류붐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7번 방의 선물'의 리메이크작 'Miracle in Cell No.7'이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한 달 만에 566만명의 관객이 관람해 1천334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2022년 개봉한 인도네시아 영화 중 3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공포영화의 인기가 높은 인도네시아에서 코미디 장르의 흥행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런 흥행의 배경에는 현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K-콘텐츠 세일즈 전략이 주효했다.

NEW의 글로벌 판권유통사업 계열사 콘텐츠판다는 인도네시아가 스크린 쿼터제를 통해 수입 영화의 상영 비율을 40%로 제한한다는 점을 고려해 '7번 방의 선물'의 원작 개봉 대신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했다. 문화적 충돌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자국 영화로 개봉한 뒤 현지 극장 매출의 일정 비율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K-콘텐츠 IP의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콘텐츠판다 이정하 이사는 "한국 관련 영화로는 최고 흥행 성적이다. 영화업계 및 글로벌 OTT 관계자들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코미디 장르의 부활과 함께 K-콘텐츠 IP의 저력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800편 이상의 콘텐츠를 보유한 NEW와 콘텐츠판다의 시너지로 IP 홀더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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