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3) 마약중독 이겨낸 회복상담가 "마약은 '백전백패' 예외 없다" 경고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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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5  |  수정 2022-12-29 07:02  |  발행일 2022-10-25 제2면
[마약과의 전쟁] (3) 마약중독 이겨낸 회복상담가 마약은 백전백패 예외 없다 경고
10년간 마약을 투약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끊고 마약중독자를 돕고 있는 신종목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팀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마약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자인기자

"마약은 '100전 100패'입니다. 10명 중 10명의 삶이 예외 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과거 10년간 마약을 투약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회복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마약중독자를 돕고 있는 신종목 재활팀장은 "마약은 백해무익(百害無益 ) 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1일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신 팀장은 10년간 필로폰을 주기적으로 투약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중독자'임을 깨닫고 회복에 나서 현재 11개 교도소와 보호관찰소 등에서 마약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신 팀장은 26세 때 우연한 계기로 마약 판매상인 지인을 만나게 되며 마약의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스물 여섯살 때 대구 동구의 한 거리에서 길을 지나가는데 한 살 많은 선배를 오랜만에 마주쳤다. 그땐 마약 문화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이전이었는데,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냐고 묻자 선배가 '마약을 판매한다'더라. 그 선배를 만나면서 마약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선배를 만나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은 아니었다. 신 팀장이 마약을 처음 투약하게 된 건 마약 판매상인 선배가 3개월 뒤 필로폰 투약으로 사망한 뒤부터였다. 그는 "선배가 어느 날 들리기로 필로폰을 투약하면서 경찰에 쫓기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더라. 일반적인 상식으론 지인이 마약을 하다가 죽으면 마약을 안 해야지 할 건데, 그때 '왜 마약이 사람까지 죽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해 봐야겠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때부터 10년간 2~3개월에 한 번씩 분기별로 필로폰을 투약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필로폰 투약 기간은 중독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도 다양하다. 그는 주기가 '분기'였기에 자신이 중독자란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신 팀장은 "그때부터 창살 없는 감옥이 시작됐다"며 "생각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기 시작했고, 우울증·조울증·피해망상·편집분열증·집착 등이 한 번에 몰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누가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면 보통은 관심의 표시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뇌가 망가져 '밥 먹었는지는 왜 물어보냐'고 화를 내기 일쑤였고, 후배가 '형님 어디십니까'하는 말에도 '내가 어딨는지 왜 물어보냐'며 욕설을 날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필로폰을 투약하면 뇌를 탁 때리는데 그런 작용들이 서서히 뇌의 기능을 마비시켜 온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필로폰의 부작용도 확실했다. 하지만 회복이 되는 순간부턴 부작용을 알고도 다시 필로폰을 찾게 되는 진정한 '중독'에 점점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자동차가 헬리콥터로 변하는 드라마 장면을 본 적 있다. 어느 날 운전을 하고 가는데 헬리콥터가 '타타타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나를 비추면서 따라오는 환시를 봤다"며 "분명 환청인 것은 알았지만 나에게는 보이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나만 보이는 사실이었기에 나만 갇힌 감옥이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신 팀장이 '중독자'임을 깨닫게 된 계기는 마약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할 때였다. 그는 "수성못 커피숍에서 친구를 기다린다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 마약을 할 때의 몸 상태가 나타나더라"면서 "실례지만 사람을 멈춰 세워 '선생님 혹시 투약하셨습니까' 묻자, 어제 했다고 하더라. 그 전엔 내가 중독자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몸이 이미 마약에 적응한 상태라는 걸 이때 알았다"고 했다.

최근 청소년 마약사범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는 청소년들을 향해서도 뼈저린 경고를 보냈다. 신 팀장은 "청소년들이 마약을 한 번 해보고 '중독까지야 되겠어', '중독되든 말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10명 중 10명이 예외 없이 삶이 무너진다는 것이다"며 "100전 100패인데 자기가 이기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그때부터 감옥으로 자발적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성인들을 향해선 청소년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상황을 단순 현상으로 바라보기보단 그 내면의 환경을 발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약을 하기 전부터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그걸 도피하기 위해 밖에 나와서 살았다. 심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고, 그걸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마약을 접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 청소년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자기 내면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수단을 찾다가 마약까지 이르게 된다. 마약을 한다는 것은 문제의 결과가 아닌 원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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