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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마약을 투약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끊고 마약중독자를 돕고 있는 신종목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팀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마약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자인기자 |
"마약은 '100전 100패'입니다. 10명 중 10명의 삶이 예외 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과거 10년간 마약을 투약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회복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마약중독자를 돕고 있는 신종목 재활팀장은 "마약은 백해무익(百害無益 ) 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1일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신 팀장은 10년간 필로폰을 주기적으로 투약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중독자'임을 깨닫고 회복에 나서 현재 11개 교도소와 보호관찰소 등에서 마약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신 팀장은 26세 때 우연한 계기로 마약 판매상인 지인을 만나게 되며 마약의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스물 여섯살 때 대구 동구의 한 거리에서 길을 지나가는데 한 살 많은 선배를 오랜만에 마주쳤다. 그땐 마약 문화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이전이었는데,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냐고 묻자 선배가 '마약을 판매한다'더라. 그 선배를 만나면서 마약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선배를 만나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은 아니었다. 신 팀장이 마약을 처음 투약하게 된 건 마약 판매상인 선배가 3개월 뒤 필로폰 투약으로 사망한 뒤부터였다. 그는 "선배가 어느 날 들리기로 필로폰을 투약하면서 경찰에 쫓기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더라. 일반적인 상식으론 지인이 마약을 하다가 죽으면 마약을 안 해야지 할 건데, 그때 '왜 마약이 사람까지 죽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해 봐야겠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때부터 10년간 2~3개월에 한 번씩 분기별로 필로폰을 투약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필로폰 투약 기간은 중독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도 다양하다. 그는 주기가 '분기'였기에 자신이 중독자란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신 팀장은 "그때부터 창살 없는 감옥이 시작됐다"며 "생각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기 시작했고, 우울증·조울증·피해망상·편집분열증·집착 등이 한 번에 몰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누가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면 보통은 관심의 표시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뇌가 망가져 '밥 먹었는지는 왜 물어보냐'고 화를 내기 일쑤였고, 후배가 '형님 어디십니까'하는 말에도 '내가 어딨는지 왜 물어보냐'며 욕설을 날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필로폰을 투약하면 뇌를 탁 때리는데 그런 작용들이 서서히 뇌의 기능을 마비시켜 온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필로폰의 부작용도 확실했다. 하지만 회복이 되는 순간부턴 부작용을 알고도 다시 필로폰을 찾게 되는 진정한 '중독'에 점점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자동차가 헬리콥터로 변하는 드라마 장면을 본 적 있다. 어느 날 운전을 하고 가는데 헬리콥터가 '타타타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나를 비추면서 따라오는 환시를 봤다"며 "분명 환청인 것은 알았지만 나에게는 보이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나만 보이는 사실이었기에 나만 갇힌 감옥이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신 팀장이 '중독자'임을 깨닫게 된 계기는 마약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할 때였다. 그는 "수성못 커피숍에서 친구를 기다린다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 마약을 할 때의 몸 상태가 나타나더라"면서 "실례지만 사람을 멈춰 세워 '선생님 혹시 투약하셨습니까' 묻자, 어제 했다고 하더라. 그 전엔 내가 중독자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몸이 이미 마약에 적응한 상태라는 걸 이때 알았다"고 했다.
최근 청소년 마약사범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는 청소년들을 향해서도 뼈저린 경고를 보냈다. 신 팀장은 "청소년들이 마약을 한 번 해보고 '중독까지야 되겠어', '중독되든 말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10명 중 10명이 예외 없이 삶이 무너진다는 것이다"며 "100전 100패인데 자기가 이기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그때부터 감옥으로 자발적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성인들을 향해선 청소년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상황을 단순 현상으로 바라보기보단 그 내면의 환경을 발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약을 하기 전부터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그걸 도피하기 위해 밖에 나와서 살았다. 심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고, 그걸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마약을 접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 청소년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자기 내면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수단을 찾다가 마약까지 이르게 된다. 마약을 한다는 것은 문제의 결과가 아닌 원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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