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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칠성동에 소재한 DGB금융그룹 본사 건물 전경 사진 |
강원 레고랜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부도사태로 촉발된 자금경색 여파가 대구경북에도 불똥이 튀었다. 지역에 본사를 둔 DGB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등은 최근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거나 시도했지만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바람에 발행계획을 연기하거나 투자자를 아예 찾지 못했다.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24일 지역 금융계 등에 따르면 1년여 만에 신종자본증권(발행일로부터 5년내 중도상환옵션 ) 발행에 나선 DGB금융지주(신용등급 AAA)가 24일 예정됐던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대표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달 중 발행 계획은 일단 접고 다음 달로 연기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을 조달해야 할 채권시장이 너무 경직돼 있고 높아진 발행금리도 큰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DGB금융지주는 이번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조달할 목표금액을 최대 1천500억원까지 잡았다. BIS 자기자본 비율 제고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2월엔 ESG채권 형태로 1천억원 모집에 3천66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그해 9월엔 1천억원 모집에 1천450억원의 수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올해는 레고랜드 사태로 불가피하게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게 됐다. DGB금융 관계자는 "본래 이사회에서 연내 발행을 목표로 잡았고, 그 시기를 10월로 조금 앞당겼는 데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부도사태가 났다. 투자자들이 투자보다는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채권시장에 돈줄이 말랐다"며 "현 시점에서 발행하면 금리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금융지주(AAA)가 신종자본증권(2천2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발행금리가 5.97%로 확정됐다. DGB금융이 현 시점에서 채권을 발행하면 발행금리는 6%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채권 발행금리는 발행시점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DGB금융입장에선 이자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발행시점을 다음 달로 미룬 것은 정부가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50조원+α'를 긴급 가동키로 한 것을 감안했다. 정부 조치로 어느 정도 채권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본 것이다.
앞서 경북 김천에 본사를 둔 공기업 한국도로공사도 최근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2년물) 발행에 나섰으나 전액 유찰됐다. 최고 신용등급(AAA급)인 공기업마저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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