켰다 하면 연애 예능…이젠 '하룻밤' 아이템까지

  • 윤용섭
  • |
  • 입력 2022-10-27 07:14  |  수정 2022-10-27 07:31  |  발행일 2022-10-27 제14면
■ '날것 그대로' 연애 예능 홍수시대
MZ 겨냥 다양한 콘텐츠 변주 속속 등장
솔로지옥2·사내연애 등 올해만 20여편
혼숙·체인 등 자극·도발적 설정 봇물
"비혼 만연한 사회…진지한 접근 필요"

체인리액션
체인리액션

연애 예능 전성시대다.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고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MZ세대를 겨냥한 연애 예능 콘텐츠가 다양한 변주를 통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별을 고민 중인 커플들이 체인지 데이트 이후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체인지 데이즈', 이별한 전 연인(X)과 지난 연애를 되짚는 동시에 새로운 사랑을 탐색하는 '환승연애'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출연한 남녀가 사이판으로 떠나 이성과 체인으로 손을 묶고 생활한다는 발칙한 콘셉트의 예능까지 등장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다양한 심리를 관찰하기보다 말초적 자극만 추구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MZ세대의 연애 방식 공략

'러브 마피아2'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남의 연애' '핑크 라이' '좋아하면 울리는' '솔로지옥2' '사내연애'…. 최근 방송을 시작했거나 방송 예정인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이 올해만 무려 20여 편에 달한다. 이는 사회적 관습보다 자신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의 연애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문화적 트렌드로 분석된다. 특히 설렘과 행복뿐 아니라 질투, 욕심, 분노와 같은 본능에 가까운 날것의 감정이 드러나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만큼 이전의 연애 예능 콘텐츠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시청자는 더 이상 연출된 연애에는 관심이 없다. 연예인들이 등장해 '하는 척'하는 것보다 일반인들의 살아있는 '찐' 감정의 연애를 보고 싶어 한다. 이미 다양한 관찰 예능을 통해 이러한 욕망이 투영됐고, 이제 그 끝에 연애 예능이 있다. 여러 이유로 연애가 힘든 세대에게 첫사랑의 아련함, 낯선 만남의 두근거림, 재회의 설렘 등 여러 감정의 요동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대리만족과 관계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연애 예능은 가성비 좋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일단 스타 캐스팅이 필요 없으니 기존 예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큰 편이다. 예전과 달리 출연자들이 자신의 일상이나 내밀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점도 연애 예능 제작의 문턱을 낮춘 결과로 작용했다. 과거 SBS '짝'의 경우, 출연자 섭외가 힘들어 제작에 난항을 겪은 경우가 많았던 일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연애 예능이 봇물을 이루는 건 결과적으로 이들 예능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한국 TOP 10 콘텐츠'에서는 항상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고, ENA와 SBS PLUS에서 방송하는 '나는 SOLO'는 지난해 TV 화제성 지수에서 비드라마 검색반응 2위에 올랐다. 시청률로 단순히 계산하기 힘든 화제성과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에서 나오는 파생 효과는 수치로 일일이 추산하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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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라이

◆자극적인 설정은 위험 수위

문제는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대거 양산되면서 조금이라도 더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설정의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보고 만남 추구, 낯선 이와 보내는 뜨거운 하룻밤'이라는 선정적 문구가 공식 영상에 버젓이 등장하는 웨이브 예능 '잠만 자는 사이'와 처음 보는 남녀가 체인으로 손을 묶고 생활하는 쿠팡플레이 '체인리액션'처럼 점점 더 아슬아슬하고 도발적인 포맷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서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설정으로 한층 더 과감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꾸며보겠다는 게 이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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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연애

이 같은 과열 양상에 대해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앞서 성소수자나 이혼·재혼 남녀의 사랑 등 우리 사회가 그간 터부시해 온 관계나 선입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예능들도 있었다"며 "분명한 건 시대를 읽고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려는 연애 예능과 연애를 그저 선정적인 장치와 도구로만 소비하려는 얄팍한 기획의 예능은 구분돼야 한다는 거다. 비혼·비연애 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모두가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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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지옥

그 점에서 디즈니+의 '핑크 라이'는 색다른 시도로 눈길을 끈다. '핑크 라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기 위해 누구에게도 꺼낸 적 없는 단 하나의 거짓말을 선택한 청춘남녀들의 미묘한 심리에 천착한다. 이는 자신을 규정짓는 편견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각자의 여러 사연으로 인해 사랑을 옭아매던 조건과 배경에서 벗어나 그 사람 자체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 사랑에 대한 여러 정의와 편견에 관해 화두를 던진다. '핑크 라이'의 연출을 맡은 김인하 PD는 "관계성을 중시하는 연애 리얼리티 예능이 많지만 우리 작품은 개인의 사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면서 "편견에 관해서 스스로를 가장 옭아매는 것은 자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프로그램보다 개인의 사연에 집중을 했다. '어떤 거짓말일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연출적인 차별점을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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