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사는 것은 싸우는 것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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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31  |  수정 2022-10-31 06:47  |  발행일 2022-10-31 제26면

[하프타임] 사는 것은 싸우는 것
노진실 사회부기자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영감을 받은, 그래서 칼럼에서도 몇 차례 인용했던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에세이 제목이다.

일본의 다른 작가들에 대해 아플 정도로 비판하고, 어지간해선 남들의 '잘남'을 인정하지 않는 그가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니체'를 거론한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다른 건 몰라도 니체의 철학에는 자신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겐지 선생도 인정했다. 기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통념, 선입견, 우상 등 일생을 쉴 새 없이 무언가와 싸우면서 살아온 철학자와 소설가는 시공간을 초월해 그렇게 연결된 듯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노(老)작가와 그의 몇 안 되는 싸움꾼 스승(?) 니체를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쯤,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관련 안타까운 사례를 취재하던 기자는 칼럼에서 겐지 선생의 책 속 한 구절을 인용한 적이 있다.

양극단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서로 극과 극의 주장, 더 나아가 음모론을 펼치는 상황에서 백신 이상반응 관련 취재를 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극단적 백신 '맹신론자'와 극단적 '불신론자'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보니 백신 관련 어떠한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게 참 부담스러웠다. 천재인 니체는 그런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자신의 논리를 폈겠지만, 기자는 한낱 평범하고 겁 많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심각한 이상반응 의심증세 발현을 주장하며 "백신과의 연관성을 알고 싶다"는 일부 시민의 이야기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기에 기사를 썼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심각한 마비가 나타나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던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 의료인 A씨가 최근 직무상 재해 인정을 받은 것이다. 백신 이상반응 관련 사학연금공단의 전국 첫 직무상 재해 인정 사례였다. 물론 공단 측은 "백신 관련 심의는 신청인의 객관적인 상황이나 증세 등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동안 힘든 싸움을 해온 A씨 가족을 응원하며 이번 사례가 비슷한 고생을 겪는 이들에게 싸울 수 있는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노진실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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