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공습경보 울린 울릉도, 놀란 주민-관광객 우왕좌왕

  • 정용태,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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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2 17:36  |  수정 2022-11-02 17:54  |  발행일 2022-11-03 제1면
여객선은 회항하거나 지연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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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도동항 시가지 전경<울릉군 제공>

북한이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대치 역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북한은 이날 오전 8시 51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비롯해 최소 1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중 1발은 비록 공해상이지만 동해 NLL 이남 26㎞까지 침범해 떨어졌다.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 지점이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우리 영해에 근접해 떨어진 건 분단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이날 오전 8시 55분쯤 울릉 전역에 사상 첫 공습경보 사이렌이 발령됐다. 공습경보는 오전 9시 10분쯤 해제됐다.

우리 공군은 오전 11시 10분부터 F-15K와 KF-16을 투입해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 낙탄지역과 상응한 거리'에 정밀 사격으로 대응했다.

공습경보는 자동으로 발신됐다. 미사일 방향이 울릉도 쪽이었고, 민방위 관련 기관은 탄도탄 경보 레이더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사이렌이 발령되자 울릉군 공무원을 비롯해 일부는 지하 공간 등으로 대피했지만, 대부분 주민과 관광객은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울릉도 도동항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처음에는 이태원 참사 묵념 사이렌 소리인가 생각했다"며 "잠시 뒤 TV 자막을 보고서 북한 미사일 때문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재난문자에서 지하 대피 시설로 대피를 하라는데, 지하 대피 시설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가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울릉도에 온 관광객들도 사이렌 소리에 놀라 현지 주민에게 이유를 물어보는 등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공습경보가 발령되자마자 마을 방송을 통해 상황을 알리고 대피를 유도했다고 밝혔지만, 대피 안내는 상대적으로 늦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수 분만인 오전 8시 55분쯤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지만, 울릉군은 '왜 사이렌을 울리는지, 어디로 대피하는지' 에 대한 즉각적인 고지는 하지 못했다. 오전 9시 19분쯤이 되어서야 울릉도재난안전대책본부가 '울릉 알리미'를 통해 '공습경보 상황'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공습 사이렌을 발령한 지 24분 만이다.

'울릉 알리미'는 휴대전화를 가진 주민들에게 재난 상황과 정기여객선 입항 시간 등을 알려주는 문자 서비스다. 문자를 받은 주민들은 "울릉도에는 지하대피소가 없는데, 군에서 어느 곳으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안내가 전혀 없었다"며 대처가 미흡했음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울릉군 관계자는 "공습경보와 관련해 '울릉 알리미' 등으로 주민들에게 전달했지만, 혹시 내용을 받지 못한 주민들을 위해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모를 추가 도발에 대비해 사이렌이 울릴 때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추후 사이렌이 울리면 터널 등으로 신속히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면서 여객선이 회항하거나 지연 출항했다. 오전 9시 20분 포항을 출발해 울릉도로 가려던 '썬라이즈'호는 울릉 공습경보로 20분 늦게 출발했다. 포항과 울릉을 오가는 대형 카페리 여객선인 '뉴시다오펄 호'는 울릉 사동항서 포항으로 출항하기 위해 대기하다 ,공습경보가 울리자 발권 작업을 한동안 중단하고 직원들은 대피하기도 했다.

 

정용태 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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