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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서울본부장 |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거나 파괴력 큰 정치 이슈가 터지면 가짜뉴스, 괴담, 유언비어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붙는다. 사건·사고의 경우 누군가가 철부지 장난처럼 퍼뜨렸다가 특정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때도 간혹 있지만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정치 이슈에 붙는 가짜뉴스 등은 상대 진영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유포하기 때문에 진실과 상관없이 한 쪽이 치명상을 입기에 십상이다. 우리나라에선 대형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곧장 정치 이슈로 연결되면서 가짜뉴스도 판을 치는데, 이 경우 여론전에 강한 세력이 이익을 챙겼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광우병 사태, 박근혜 정부 2년 차 때의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 사례다. 미국산 수입 소의 안전성 문제 제기로 시작된 광우병 사태는 '뇌 송송 구멍 탁'으로 상징되는 가짜뉴스를 타고 보수 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해난사고였는데, 특정 정치 세력이 유포한 '박근혜 대통령 7시간' 괴담이 나라를 휩쓸었다. 이 괴담은 뒤에 '최순실 정국'에 다시 등장해 보수 정권을 벼랑 아래로 밀어버리는 데 힘을 보탰다.
윤석열 정부 초기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가 대형 정치 이슈로 번지고 있다.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선 일정 부분 정치 쟁점으로 연결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 경우 정확한 사실관계(팩트)를 근거로 추궁하고 처벌해야 한다. 가짜뉴스와 괴담을 진실처럼 포장해 유포하면 그건 '정치공작'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야권을 중심으로 가짜뉴스와 괴담이 판쳤다. 사법 리스크에 몰려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은 뜬금없이 이태원 참사가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는 생떼를 부리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차량 행렬을 윤 대통령 출퇴근 차량 행렬이라고 한 가짜 동영상을 링크했다가 허위로 확인되자 "아니면 말고"식으로 끝냈다. 야권의 스피커 중엔 사고 발생 직후 윤 대통령 대응 관련 언론브리핑을 "실제로 그렇게 지시했는지 어떻게 믿느냐"고 한 사람도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 사라진 3시간'이란 괴담까지 퍼졌다. 아마 '세월호 7시간' 괴담으로 재미 본 기억을 떠올려 유포하지 않았을까.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가짜뉴스와 괴담을 이용하는 세력의 특징이 있다. 진실은 알 필요도 없이 오로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서 지지층이 결집하면 그만이라고 인식하는 점이다. 그런 목적이 달성되는 전제 조건은 팩트 체크를 통해 허위임이 드러나더라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넘겨야지 진실 공방을 벌이면 불리하다. 광우병 사태, 세월호 참사 그리고 이태원 참사에 똑같이 적용되는 패턴이다. 그런데 과거 두 번과 이번은 확연히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가짜뉴스와 괴담 유포자가 발을 빼도 네티즌들이 꾸준히 진실을 퍼 나른다. 바이든 차량 대열을 윤 대통령 차량 대열이라고 거짓말한 영상은 지금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SNS가 더 이상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시대조류와도 무관하지 않다. 광우병 사태 때 이명박,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던 것과 달리 이태원 참사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추가로 떨어지지 않는 건 민심이 더는 가짜뉴스, 괴담에 선동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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