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메타명리학] 나는 누구인가 (5)…수(水)로 태어난 사람

  • 이재호 사주공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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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1  |  수정 2022-11-11 08:38  |  발행일 2022-11-11 제37면
태양인 '丙火'와 함께 있다면

바다에 태양이 비치고 있는 형상…장기 레이스 직업 선택하면 富貴

[이재호의 메타명리학] 나는 누구인가 (5)…수(水)로 태어난 사람
[이재호의 메타명리학] 나는 누구인가 (5)…수(水)로 태어난 사람

주자학은 인간을 천지자연의 본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기(氣)에 바탕을 둔 물질적 존재(形質)로도 파악한다. 본성을 얼마나 잘 연마했는지는 그 사람이 지닌 기에 그대로 나타난다고 본다. 이 인식 태도는 특히 중국 회화(繪畵) 독법(讀法)에서 잘 나타난다. 형이상학(形而上學)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중국에선 형태(形)를 넘어선 존재를 도(道)라 보았고, 그 도는 기를 통해 현실에 드러난다고 봤다. 회화는 외견적으로 하나의 형을 갖고 있는데 도를 추구하는 중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 형을 넘어설 때라야 도에 이른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로 육조시대(229~589년) 들어서면서 형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를 표현한다는 사상이 문학과 회화세계에 침투한다. 이를 동양예술의 미학, 즉 '기운(氣韻)'이라 하는데, 이 시기엔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고 해서 작품의 대상이 얼마나 잘 묘사되었는가의 관점이 먼저 유행했다.

양의 수 임수(壬水)
지상 생명활동 마무리, 휴지기 돌입
육체보다 정신적 작용 활성화 단계
트렌드 잘 파악 마케팅 업무에 탁월

음의 수 계수(癸水)
빗물·수증기처럼 순환…동적 특성
순발력 으뜸, 土와 만나면 좋은 작용

개인 사업보다 조직에서 실력 발휘

◆중국의 기(氣) 의식

이후 11세기 송나라에 가서는 기운생지(氣韻生知), 즉 그림에 표현된 기운은 그려진 대상이 아닌 화가의 기운에 의해 타고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옮겨간다. 이를 토대로 중국에선 '문인화(文人畵)', 즉 그림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선비나 사대부들이 자신의 심중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기법이 발달한다. 육조시대를 풍미한 왕희지(307~365년)의 필체를 흉내 내려고 하거나 모사한 작품이 송나라에서 유행했던 것도 왕희지의 정신을 본받고자 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명필의 글씨를 익히거나 감상할 목적으로 모범적 글씨의 모사본을 책으로 만든 것을 '법첩(法帖)'이라 하는데, 중국의 여러 박물관에서 특별전시가 종종 열린다. 기의 사상에서 보면 같은 모습을 지닌 것은 같은 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왕희지의 많은 모사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된다. 나는 이런 문화적 배경이 중국의 일명 '짝퉁' 문화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진품과 거의 동일하게 만들어진 짝퉁은 비록 고유성은 없더라도 절대 하찮은 제품이 아니다. 즉 같은 형을 지닌 것은 같은 기를 품고 있는 것이므로 원본과 모본의 구분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훌륭한 원본을 만든 장인의 정신을 본받고자 하는 심리 기제(機制)의 발현인 것이다.

◆기와 파동에너지

명리학에서 말하는 목화토금수 오행도 기에 바탕한다. 하늘, 즉 우주에 존재하는 다섯 기운이 지상에 내려오면 현실의 물질세계가 구현됨을 뜻한다. 예컨대 목(木)은 하늘에선 생명의 탄생과 시작의 기운이다. 지상의 인간이 사주에 그 기운을 머금으면 인본(人本)주의 혹은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발현된다고 본다. 이런 접근법은 어떻게 보면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1882~1970년)이 처음 제시한 양자역학(量子力學),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에서 모든 물질은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波動)이라는 파동·입자 중첩론과도 결이 닿는다. 고유진동수가 같다면 파동끼리는 공명을 하는데, 이는 입자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도 파동의 공명, 즉 일종의 '동기감응(同氣感應)' 현상에 의해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명리학이 서양의 과학이 아니라고 배척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이 정도로 정리해 두고 오행의 마지막 순서로 수(水)로 태어난 사주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양의 수인 임수(壬水)다. 바다나 호수 혹은 텅 빈 암흑의 공간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음양학에서 수는 생명이 지상 활동을 마무리하고 휴지기에 돌입한 상태를 의미한다. 당연히 육체보다는 정신적 작용이 활성화되는 단계다. 임수로 태어난 사람은 몸보다는 머리를 먼저 사용하는 유형이다. 물은 어디든 흘러가므로 세상사에 관심이 많고, 또한 여러 물줄기가 한곳에 모이기도 하므로 취미도 커피잔을 모으는 식의 컬렉션형이다. 대인관계 역시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다만 수는 다른 오행과 달리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은 덜 선명하고 대신 주변 글자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임수는 어떤 글자가 옆에 있는지를 중요시한다. 임수는 바다인데 거기에 좌표가 없다면 어디가 동쪽인지 북쪽인지 분간이 어렵다. 이 좌표에 해당하는 글자가 바로 큰 산(혹은 제방)을 상징하는 무토(戊土)이다. 임수 일간으로 태어난 사주에 무토가 있다면 직업적 특성에 활용하면 신출귀몰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큰 창고의 재고 파악 업무라든지, 혹은 경쟁 환경이나 트렌드를 잘 감지해야 하는 기업 마케팅 업무 등등. 한편 임수가 태양을 의미하는 병화(丙火)와 함께 있다면 바다에 태양이 비치고 있는 형상으로 바다의 수온, 즉 에너지가 높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지구력이나 인내심이 강하다고 본다. 장기 레이스를 요하는 직업을 선택하면 부귀할 확률도 당연히 높아진다. 이런 풀이법은 용신을 찾는 것과는 다른 방식인데 직업 선택에 활용할 여지가 크다.

다음은 음의 수인 계수(癸水)다. 임수는 바다 같은 물 혹은 텅 빈 공간이라고 했지만 계수는 고여 있는 물보다는 빗물이나 수증기처럼 순환적이면서 동적(動的) 특성을 갖는다. 10개의 천간 순서로 마지막이지만 만물의 출발점인 갑목(甲木) 바로 앞에 있어 준비만 되면 곧장 박차고 나갈 태세인 거다. 계수는 그래서 머리를 사용하는 순발력은 으뜸이다. 빗물은 땅을 비옥하게 하므로 계수는 토(土)를 만날 때 좋은 작용이 생긴다. 땅에 물이 흐르면 사람이 모이고 비싸지듯 말이다. 토(특히 己土) 일간이 계수를 보면 용어상 재성(財星)인데 자신의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가치를 높여주는 작용이 있음을 말하고, 반대로 계수 일간이 토를 보면 이는 관성에 해당하는데 자신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과 인연이 많음을 시사한다. 개인사업보다는 조직에서 실력 발휘 기회가 많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것만으로 사주 전체를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글자의 배합 구조만으로도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꽤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메타명리학이다.

<사주공학연구소장 logoswater@hanmail.net>

☞ 필자 이재호는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래에셋증권 상무, 숙명여대 멘토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주공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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