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동훈 현상으로 본 한국 정치의 현주소

  •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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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4 06:45  |  수정 2022-11-14 08:24  |  발행일 2022-11-14 제26면
韓장관 야당과 논쟁할수록
실력과 언변 빛 발해 존재감
품격 없는 여야 정치인 압도
국민 SNS 실시간 정보 습득
직접 참여 민주정치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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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한동훈 현상이 뉴스와 SNS를 장식하고, 한동훈 어록집 출간을 예고한 출판사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야당 국회의원과 설전을 벌인 유튜브 영상은 수백만 뷰를 기록한다. 여당에서는 한동훈 장관 차기 총선 차출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은 오차 범위이긴 하지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선출직에 출마한 적도 없는 장관이, 국민적 지지에서, 표로 먹고사는 직업 정치인을 압도하고 있다는 건 한국 정치의 비극적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내부에서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고 정치에 경험이 없는 검찰총장 출신을 영입하여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70석이 넘는 절대다수의 의석을 갖고도 수사밖에 모른다고 비판해 온 검찰총장 출신에게 정권을 내주고 야당이 되었다. 이쯤 되면, 여당은 물론 야당도 통렬히 반성하고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단행해야 마땅하지만, 변화된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동훈 현상은 어디서 나오는가. 한동훈 현상은 더불어민주당의 한동훈 죽이기와 본인의 뛰어난 말솜씨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정부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핍박에서도 한동훈 검사는 기죽지 않았다. 추미애의 '일개 검사'에 대하여 '일개 장관'으로 맞받아쳤다. 청문회에서 야당 국회의원들과 논쟁을 벌이면서 그의 실력과 언변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여당이 의회 민주주의의 본질을 크게 훼손시키면서 다수당 횡포로 만든 '검수완박'법을 법조문의 글자 한 자(등)를 재해석해 '검수완복'으로 전환하면서 정치계에 충격을 주었다.

국민은 국회의원들의 대정부 질문을 보면서, 질문하는 국회의원, 답변하는 국무위원 모두에 실망한다. 국회의원들은 고압적 자세, 흥분된 목소리로 국무위원을 몰아친다. 국무위원들이 죄인처럼 저자세로 굴다가 한마디 반박하면,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빙자하여 호통치고 말을 막는다. 면책특권을 내세워 무책임하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음모론을 증폭시켜 국민을 분열시키기도 한다. 여야가 국리민복의 혜안을 찾기보다는 당리당략에 함몰되어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도 자신들의 세비를 인상하거나 특권 보호에는 놀랄 정도로 의견의 일치를 잘 본다. 이런 언행에서 진정성과 책임감, 실력과 품격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강대교의 별칭이 '견자교(犬子橋)'라고 한다. 국회에서 모욕을 당한 장관들이 서강대교를 지나면서 '개**'라고 욕을 해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이다. SNS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동시에 여론 형성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팬덤 정치에 중독된 정치인들은 맹목적 지지자를 의식하여 국민을 선동하거나 기만하는 글을 올렸다가 댓글 폭탄을 받고 30분 만에 자기 글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SNS 시대 국민은 정치인들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고, 순식간에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언행은 진정성과 책임감, 실력과 품격이 배어 있어야 한다. 공직자의 진정성과 책임감은 언행일치와 국리민복의 실행에서 나온다. '1인 미디어 시대'의 특징은 '혼돈으로부터 질서'의 형성이다. 한동훈 현상은 국민 직접 참여의 새로운 민주정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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