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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해외 취재 가면 참 편리하다. 일단 공항에서 입출국 심사, 보안 검색 등의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아도 된다. 갈 때는 공군이 관리하는 서울공항에서 그냥 비행기에 오르고 방문국 공항에선 내리자마자 버스에 탑승해 대통령 일행과 같이 현지 공안당국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한다. 돌아올 때도 숙소에서 현지 공항까지 버스로 이동해 대기 중인 전용기에 그냥 오르고, 서울공항에 착륙한 뒤 곧장 대통령실(과거 청와대)로 가서 해산한다. 편리한 점은 또 있다. 대통령실이 현지 숙소 예약을 대신해 주고, 기사 작성과 송고를 위한 프레스룸도 마련해 준다. 오래전엔 항공료와 숙박비를 정부에서 부담했다는 말도 들리지만 적어도 필자가 전용기를 타고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를 나가기 시작한 김영삼 정부 때부터는 언론사별 각자 부담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에 MBC 기자가 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뉴욕 비속어 논란 때 확인되지 않은 자막을 달았고, 이후 김건희 여사 보도에서 대역을 쓴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으며,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전혀 시정조치가 없었다는 이유다. 특히 MBC가 자의적으로 단 비속어 한국말 'XX'를 'F~'로 시작하는 상욕 수준의 영어로 번역해 백악관 등에 입장을 물어 국익을 손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또 MBC의 취재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편의 제공'을 철회하는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MBC 기자들이 민항기를 이용해 현지에 도착한 후 프레스룸 등을 이용해 취재하는 건 막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이동할 때 기내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지 않는다면 취재 기회를 박탈당할 건 없다. 그렇다고 MBC 기자에 대한 편의 제공 철회가 적절한 조치라곤 보진 않는다. 국정운영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실이라면 언론중재위 제소, 법적 소송 같은 국가 제도에 의한 방법을 택하는 게 적절한 조치다. 과거 정권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는 말도 하지만 공정과 정의, 상식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달라야 한다.
다만, 오죽하면 대통령실이 언론계의 집단 반발 같은 역풍을 예상했으면서도 그런 '극약처방'을 내렸을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가짜뉴스'와 '괴담'이 무차별로 쏟아지는데, 특징이 하나 있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좌' 편향된 일부 언론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협업'(민주당 대변인 김의겸의 표현) 체제를 구축해서 윤석열 정부를 공격한다는 점이다. MBC의 자막 논란 때도 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이 방송 시간보다 먼저 인지한 정황이 있어서 '정언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지금은 거짓으로 사실상 판명된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김앤장 변호사 30명 심야 술자리 의혹은 '협업'의 결정판이었다. 여성 첼리스트와 남자 친구의 통화 내용을 입수한 '시민언론 더 탐사'라는 곳으로부터 녹음 파일을 건네받은 김의겸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해 전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자극적인 대화 내용을 그대로 틀었다. '더 탐사'는 그날 밤 김의겸의 국감장 발언 장면까지 보태서 의혹을 제기했다. MBC와 박홍근, '더 탐사'와 김의겸의 '협업' 외에도 대선 때부터 이어진 좌 편향 언론과 민주당의 '야합'(한동훈 표현) 사례는 수두룩하다. 따라서 대통령실은 부적절한 조치를 통해서라도 경종을 울려야 하는 절박감에 MBC 기자에게 편의 제공을 철회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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