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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심장질환 환아를 찾은 김건희 여사. |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중 김건희 여사가 찍은 사진 탓에 '빈곤 포르노'라는 말이 뜨겁다. 캄보디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품에 안고 찍은 사진인데, 선행이 아니라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장면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텔레비전에 후원을 바란다는 광고가 나온다. 개발도상국 기아 퇴치나 깨끗한 물을 위한 우물파기·정수시스템 도입 등을 돕자는 내용이다. 국내에 소년소녀가장이나 조손가정 등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광고도 있다. 같거나 비슷한 내용이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도 있다. 영상이나 사진에 등장하는 이들이 진짜 불우한 환경일 수도 있지만 배우 또는 연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시 빈곤 포르노다.
'빈곤 포르노'는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보거나 듣는 이에게 동정심을 유발하고 모금이나 후원을 유도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말한다. 빈곤 포르노는 인종차별과도 연결된다. 피사체가 되는 이들은 대부분 아프리카나 동남아계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을 가난하고 불우한 나라에 사는 사람, 무능력하며 능동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몇 해 전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후원자 모집원과 부스를 봤다. 흑인 아이의 발로 보이는 작은 발 위에 페트병을 납작하게 만들어 그 위에 줄을 묶어 신고 다니는 사진과 함께 "나이키·아디다스 브랜드가 아니라 불만이십니까? 신발이 없는 아이들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에서도 '당신은 행복합니다'라는 응원 같지도 않은 응원을 하기 위해 유사한 시각자료와 멘트를 사용한다. 절대적 행복이나 불행은 없다.
페트병 신발을 신는 그 아이들을 불행하다고 단정 지으면서 '우리는 그에 비하면 행복하다'는 것을 강요한다. 타인의 빈곤을 보여주고 '저 개도국의 신발도 없이 사는 불쌍한 아이에 비해 당신은 풍요롭습니다'라고 생각하게 해야만 행복할 수 있나. 빈곤 포르노를 정의한다면 타인의 불행에 빗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빈곤 포르노 아닐까.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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