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정언유착'을 넘어 '정언협업' 시대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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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1  |  수정 2022-11-21 06:53  |  발행일 2022-11-21 제26면
청담동 술자리 의혹 비롯

尹 정부 들어 노골화되는

야당과 특정 언론의 협업

실체적 진실은 상관없이

각자 강점 살려 정권공격

[송국건정치칼럼] 정언유착을 넘어 정언협업 시대
송국건 서울본부장

특정 정치인과 언론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생하는 '정언유착'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각자 가진 정치권력과 여론형성 기능이 합쳐지면서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자주 유착된다. '유착(癒着)'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들이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결합하여 있음'이다. 단어의 뜻만으론 긍정이나 부정 쪽을 딱히 구별하지 않는다. 정언유착의 대표적인 행태는 정가에서 자주 언급되는 '언론 플레이'다. 이 경우도 다양한 행태로 진행되는데 정권 차원에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적절히 활용하곤 했다. 과거 어느 대통령은 개각 시즌이 되면 자신과 소통이 잘되는 언론사에 후보군을 슬쩍 흘려줬다. 그 언론사는 '○○○장관 후보로 ××× 유력'이란 기사를 내보낸다. 이후 다른 언론사도 따라 쓰면서 그 후보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게 이뤄진다. 대통령으로선 여론검증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는 '단독 특종'을 하는 셈이다. 이건 일종의 순기능에 가까운 사례라고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역기능을 한다. 최근 일로는 초기에 검찰과 언론의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렸다가 나중에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정언유착에 가까운 거로 판명된 '채널A 사건'이 떠오른다.

채널A 사건도 지금 대통령실과 대치하면서 정국 이슈로 자리 잡은 MBC의 단독 보도로 시작됐다. 이후 복잡하게 전개된 과정을 일일이 소개하긴 어렵지만, 채널A 사건은 사실 정언유착이라기보다 '정언협업'에 가깝다. 이때 '협업(協業)'의 사전적 의미는 '생산의 모든 과정을 여러 전문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여러 사람이 분담해 일을 완성한다'가 된다. '유착'보다는 더 적극성을 띤다. 그리고 뭔가를 완성하려는 목적성도 강하다. 언론인(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정치권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김의겸이 '정언협업'이란 용어를 사실상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변호사 30명 심야 술자리 의혹을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함께 꾸며냈다가 한 장관이 "야합했나"라고 따지자 얼떨결에 "협업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청담동 심야 술자리는 어느 첼리스트가 허위로 말한 게 확실해졌지만, 협업을 했던 사람들은 한마디 사과도 없다. 전문적인 부분(국회의원의 국정감사 발언권과 유튜브 채널의 확대 생산 기능)으로 나누어 '윤석열 정부 때리기'란 일은 완성했으니 그만이란 태도다.

대통령실과 MBC가 정면충돌하면서 언론탄압 논쟁에 불을 붙인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비속어 발언 시비도 민주당과 MBC의 정언협업이라고 여권은 판단한다. MBC가 자의로 단 자막에 근거해서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최초 보도하기 전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관련 내용을 먼저 언급했고, 야당 의원 참모가 확산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태원 참사를 정쟁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희생자 명단 공개를 강행한 신생 인터넷 매체 '민들레'는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명단을 공개한다고 밝혔는데, 이 두 매체가 민주당과 '협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명단 공개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쪽이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정언유착'보다 더 강한 성격의 '정언협업'이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운 이슈 메이커로 등장하면서 정권 공격 강도가 훨씬 세졌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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