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포스트 이재명'을 논하라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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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5 06:38  |  수정 2022-11-25 09:01  |  발행일 2022-11-2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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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고공행진 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꺾인 변곡점은 세월호 참사(2014년 4월16일)다. 참사 후 첫 여론조사부터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한국갤럽 59→48%, 리얼미터 64.7→52.9%) 집권 1년1개월여 만의 일이다. 한 번 꺾인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2년여 뒤 최순실 게이트(2016년 10월)가 터지면서 박근혜 정부는 결정적으로 주저앉았다. 비극의 시작은 '참사'였다. 이태원 참사 후 4주. 민심은 세월호 때와 같지 않다. 대통령·여·야 지지율 모두 '동반 정체'다. 대통령·여당 지지율의 횡보도 이례적이지만, 야당 지지율이 옴짝달싹 않는 것은 이상하다. '참사=야 지지율 상승'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태원의 분노는 대체 어디를 향했으며, 어디로 사라진 걸까.

더불어민주당은 작금 '명분의 위기' '신뢰의 위기' '대안(代案)으로서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비토크라시'(vetocracy·상대 정파 정책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 파당 정치·프랜시스 후쿠야마)로는 어림없다. 야당이 꿈꾸는 미래가 뭔가. '대안 정당' 아닌가. 이것을 인정 못 받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 정당에 '미래' 없으면 '지지' 없다. 이게 민주당 지지율 정체(停滯)의 정체(正體)다. 그 중심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

첫눈 올 때인가 봄꽃 필 즈음인가. 이재명 대표는 대표직을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는 게 현명하다. 기소 확률은 100%에 가깝고, 올해 내 소환 조사 역시 거의 확실시된다. '정치 보복으로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로 당직 정지를 취소한다'는 개정 당헌 뒤로 또 숨을 요량인가. 염치없는 꼼수에 지지자들조차 머리를 흔든 게 한두 번 아니다. 김용에 이어 정진상마저 구속됐으니 이젠 더 자를 꼬리도 없다. 며칠 전 석방된 남욱, 김만배는 그전에 풀려난 유동규, 정민용과 다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유동규, 정민용은 김용, 정진상을 겨냥했지만 남욱, 김만배는 이 대표를 직접 저격할 것이다.

억울한 줄 안다. 정부 여당 인사에 대해서는 잇따라 무혐의, 불송치,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이재명 건(件) 압수수색만 150여 회다. 먼지떨이·표적·인디언 기우제식·별건 수사라 해도 과하지 않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죄 있으면 벌을 피할 수 없다. 죄 있는 것과 수사의 공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이 대표는 직을 내려놓고 결백을 증명한 후 다시 당에 돌아가야 한다. 더 늦으면 그런 기회조차 없다. 버티다간 당과 동반 침몰한다.

민주당의 '대주주'들부터 입을 열라. '포스트 이재명' 논의를 금단(禁斷)의 언어처럼 더는 피할 이유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른바 '이재명의 민주당'을 그냥 둘 텐가. 새로운 인물이 총출동해 '대변혁의 시기'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솥(鼎)이 뒤집혔으면 솥 안의 막힌 것들을 비워내고 새롭게 채워야 한다.(김해영 전 의원)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는 신평 변호사의 훈수처럼 조국, 김두관은 물론 유시민, 김동연, 미국으로 건너간 이낙연, 양평에 칩거한 김부겸, 출소를 기다리는 김경수까지 새 솥을 채우는 고갱이를 자임해야 한다. 이런 대전환의 국면이 없으면 '포스트 이재명'의 미래도 없다. 신새벽 직전 어둠이 가장 짙다지만 새벽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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