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욕심이 최고의 진심인가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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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30 06:41  |  수정 2022-11-30 06:52  |  발행일 2022-11-30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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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경북본사 총괄국장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되지만, 언젠가부터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 지금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존재는 분명하나, 계절별 3개월 정도라는 산술적인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심지어 일교차가 큰 어떤 날엔 하루 새 더위와 추위를 느끼는 신세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취향에 따라 여름과 겨울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새싹과 함께 생동감을 선사하는 봄이나, 곱게 물든 단풍과 오곡백과로 감성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가을을 반긴다. 꽃이나 낙엽이 여름과 겨울의 위세에 밀려 빠르게 지고 떨어지는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정치에서도 봄과 가을은 실종 직전이다. 보수와 진보, 양 축의 끝이 득세하면서 건강한 중도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공간을 면으로 만드는 미분의 정치 탓이다. 편 가르기가 횡행하면서 진영논리가 상식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선택적 믿음에, 내 편에만 공정하며, 내가 믿는 것이 곧 정의가 된다. 본인의 생각과 노림수를 모두의 의견인 양, 분칠하는 행태는 의사 표현방식 중 가장 저급하고 악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맨날 국민을 들먹이지만 정작 그 안에 국민은 없고 당리당략과 개인정치 욕심만 넘쳐난다. 어쩌면 그게 본심이고 진심에 가까워 보인다.

혈세로 찍는 여의도발 '정치 대하드라마'는 이제 지겹다 못해 혐오스럽다. '대장동'이니 '청담동'이니, 뭔 수도권 동네 이름 외우기도 아니고 허구한 날 물고 뜯는다. 다음 세대와 나라를 위한 정치인은 없고, 다음 선거와 권력 창출에만 눈이 시뻘건 정치꾼만 득실댄다. 고시 합격자가 수두룩한, 그 좋은 머리와 스펙으로 '전원일기'나 '토지' 같은 감동과 울림을 줄 수는 없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한심한 정치 수준에서 오롯이 국민과 기업의 힘으로 선진국 도약을 이야기하고, 세계적으로 K문화가 각광을 받는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세 치 혀가 항상 문제다. 미국의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워싱턴 어빙은 '혀는 사용할수록 날카로워지는 유일한 도구'라고 했다. 여의도 근방에 '혹세무민(惑世誣民)' 전문학원이라도 있는지, 전염되는 속도가 경이롭다. 팬덤에 기댈수록 거칠어지기 마련이다. 찍힌 좌표를 향한 선명성 경쟁이 그 나물 안에서의 입지를 넓혀줄지언정, 국가발전이나 국민 삶의 질 향상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저 배설이 주는 그릇된 쾌감과 자기만족 그리고 1원짜리 동전 같은 격려가 주어질 뿐이다.

'손님이 왕'이라는 인식은 점주가 가져야 훈훈하고 따뜻하다. 그런데 손님이 가지면 진상이 되기 십상이다. 감안해야 할 여러 속사정은 차치하더라도, 같은 선출직인 단체장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단체장은 대개 분명한 목적의식과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이런저런 궁리에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데 자칭, 나랏일 하신다는 분들은 공격과 방어 외에 열일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괜찮았던 사람이 재수 없게 변할 수는 있어도, 재수 없던 사람이 괜찮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욕심은 있다. 그게 긍정적이면 선한 영향을 미치지만, 부정적이면 주위를 불편케 하는 범죄에 가깝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인 봄과 가을은 하기 나름이지 않나. 욕심은 진심이다.장준영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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