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새우가 고래를 이기는 법 <2>

  •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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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5 07:42  |  수정 2022-12-05 07:42
[문화산책] 새우가 고래를 이기는 법
곽현지곽병원 홍보계장
지난번 칼럼(영남일보 11월28일자 20면)에서 '새우가 고래를 이기려면 새우의 몸집을 고래만큼 키우면 된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새우가 자신의 몸집을 고래만큼 키우지 않고도 고래를 이기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방법은 고래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아닌 새로운 바다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캐논이 대기업을 상대로 대형 복사기를 판매하고 있을 때 제록스는 중소기업과 개인에게 소형 복사기를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방어했다.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과의 강도 높은 경쟁 속에서 현대백화점은 '고급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 대신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새로운 전략으로 경쟁의 본질을 재정의하여 백화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지속할 수 있었다. LG카드는 자신들의 사업을 신용판매업이 아니라 소비자 금융업으로 재정의하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2030 카드, 레이디 카드 등을 출시하면서 카드업계 1위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고, 현대카드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퍼플 카드'를 판매하고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했다. 자신만의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사례들이다. 이때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서만 자신의 이익 창출이 가능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라 전체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의 룰이 적용된 것이다.

경영학에서는 시장에는 하나의 이상적인 포지션이 있으며 시장의 핵심 성공 요인과 기업의 핵심 역량에 의해 경쟁 우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이 속한 산업과 경쟁 현황을 분석하여 매력적인 시장인지 아닌지와 자신의 경쟁 우위를 파악하고 선도업체를 벤치마킹하도록 배운다. 실제로 많은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이러한 방법을 기반으로 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은 산업과 경쟁 현황을 분석해서 매력적인 시장에 진입하지도 않았고 경쟁업체를 벤치마킹하지도 않았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기존 시장 분석을 토대로 한 보텀업(Bottom-up) 전략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전략(Emerged strategy)에 해당한다. 무분별한 벤치마킹은 개별 기업 각각의 색깔을 희석하고 승자가 없는 시장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일본의 기업들이 그러했다.

새우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고찰해서 정의하고 경쟁의 판을 재정의함으로써 자원을 자신의 핵심역량에 투자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고래와 새우 모두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 지역의 기업과 기관, 문화단체들 또한 이러한 포지티브섬 게임에 참여하여 자신만의 차별화 역량을 키워나감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공존을 넘어 상생 발전하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곽현지<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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