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좁고 굽 높은 하이힐에 여성들 발병난다

  • 노인호
  • |
  • 입력 2022-12-06 07:17  |  수정 2022-12-06 07:23  |  발행일 2022-12-06 제16면
다양한 발 질환과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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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평생 지구 4바퀴 반에 해당하는 거리를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건강을 위해 하루 만 보 이상씩 걷는 이들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을 신었다. 문제는 하이힐처럼 폭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은 걸을 때 발을 편안하게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괴롭히게 된다. 이런 탓에 과거에는 드물었던 발 질환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발바닥 앞쪽 통증 '중족골통' 유발 원인부터 찾아 교정 치료 등 권유
발가락 틀어진 '무지외반증' 편한 신발·보조기 착용만으로 호전 가능
찌르는 듯한 통증의 '지간신경종'도 비수술적 방법으로 절반은 효과

◆발바닥 앞쪽의 통증, 중족골통

중족골통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중족골(발허리뼈), 특히 중족골두 부위에 발생하는 통증을 통칭하는 말이다. 발가락의 바로 뒷부분에 자리 잡고 있는 중족골은 발등을 지탱하는 5개의 가늘고 긴 뼈를 말한다. 보행 시 발끝으로 지면을 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제1중족골의 골두 부위에 압력이 가장 크게 가해진다. 발에 문제가 생기면 이런 정상적 보행 과정이 무너지게 되고 그로 인해 중족골두, 특히 제2, 3중족골의 골두 부위에 압력이 과도하게 발생해 통증, 굳은살, 스트레스 골절 등의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무지외반증, 편평족, 무지강직증 등이 엄지발가락의 정상적 압력 분산을 저해하는 흔한 원인이다. 또 발 주위의 골절이나 수술 또한 중족골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무지외반증은 가장 대표적인 중족골통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엄지발가락의 압력 분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2, 3번째 발가락 아래 부위에 굳은살이나 제2, 3중족골의 스트레스 골절을 유발할 수 있다 .

중족골통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중족골통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의 교정은 대부분 수술적 치료이고, 비수술적 치료는 통증 부위에 쿠션효과를 주는 방법과 발의 앞쪽으로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하는 방법이 있다. 패드를 이용한 치료는 가장 대표적인 쿠션효과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고무, 폴리우레탄, 실리콘 등의 다양한 재질의 패드를 중족골이 유발되는 부위에 사용해 쿠션 효과로 충격을 줄여주는 것이다. 신발 깔창을 이용한 치료는 발에 맞는 깔창을 제작, 발의 앞쪽에 가해지는 압력을 발의 아치 부위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65세 여성, 35%에서 발견되는 무지외반증

가장 흔한 발 질환 중 하나인 무지외반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하게 발견되는 발질환이다. 이런 탓에 65세 이상의 여성 약 35%가 무지외반증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엄지발가락이 몸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틀어지는 질환인 무지외반증의 발병 원인은 크게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 요인으로는 원위 중족 관절면 각이 과다한 경우, 평발과 넓적한 발, 원발성 중족골 내전증, 과도하게 유연한 발등이 있고, 후천적인 발병 원인은 높은 신발이나 앞이 뾰족한 신발 등의 잘못된 신발을 신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무지외반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엄지발가락 관절 안쪽의 돌출 부위에 발생하는 통증이다. 다음으로 엄지발가락이 압력을 분산하는 기능을 못 하게 되면서 2, 3번째 발가락의 아래쪽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이 생긴다. 또 변형이 심해지면 엄지발가락이 2번째 발가락 아래로 파고들어 관절이 탈구되기도 한다.

무지외반증의 가장 기본적 치료는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다. 그리고 외측으로 틀어진 엄지발가락을 내측으로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다양한 형태의 보조기를 착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변형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보조기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가 되지 않아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다. 아무리 변형이 심해도 미용적인 목적을 위해 수술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의 수술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환자의 나이, 변형의 심한 정도, 환자가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분 등을 고려해 수술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돌출 부위의 뼈를 깎아 내고 내·외측으로 치우친 뼈를 잘라서 각을 교정하며 짧아진 근육 및 연부 조직을 늘려주는 방법을 시행하게 된다.

◆여성이 최대 10배 이상 많은 지간신경종

발가락으로 가는 신경이 발가락 부위에서 압박되어 두꺼워진 것을 의미하는 지간신경종은 몰톤신경종이라고도 불린다. 주로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남성에 비해 8∼10배 많다. 발가락 사이에 있는 신경 주위로 자극에 의해 섬유화가 발생, 신경이 두꺼워지고 그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다양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만 발에 꽉 끼거나 굽이 높은 신발이 증상을 유발하고 악화한다.

지간신경종의 가장 흔한 증상은 걸을 때 발의 앞부분에 찌릿하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발가락의 저린 느낌이나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징적으로 굽이 높고 앞볼이 좁은 구두를 신었을 때 증상이 생기고 신발을 벗으면 증상이 없어지기도 한다. 맨발로 푹신한 바닥을 걸을 때에는 괜찮은데 신발을 신으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증상은 3, 4번째 발가락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그다음으로 1, 2번째 발가락 사이에서 발생한다.

지간신경종에서는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가장 중요하면서 기본적인 치료는 지간신경종을 유발할 수 있는 폭이 좁거나 굽이 높은 신발을 피하고, 볼이 넓고 부드러우며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 것이다. 그리고 증상이 발생하는 중족부에 패드나 지지대를 부착해 중족골 사이를 넓혀주고 압박을 줄여주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그리고 신경 자극 증상을 줄여주기 위해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영남대병원 박철현 교수(정형외과)는 "지간신경종에서 비수술적 방법은 약 절반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두꺼워진 신경종을 제거하고, 중족골 사이의 인대를 절제해 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여주는 방법이 가장 흔히 시행된다. 각종 연구 결과나 보고 등에 따르면 지간신경종에 대한 수술적 치료는 약 64%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신경종의 재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수술은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박철현 영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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