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선패션본색, "진짜 한복은 무엇일까"…우리옷의 멋과 변천사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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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9  |  수정 2022-12-09 07:37  |  발행일 2022-12-09 제15면
일반 독자 맞춤 전통복식 입문서이자

패션·생활공예가엔 자료서 役 톡톡

노리개·쓰개 등 한복의 '힙'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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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호연(왼쪽 둘째)이 댕기머리를 하고 오징어게임 출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호연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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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금석 지음/지식의편집/328쪽/2만1천원

최근 한복이 '힙함'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 패션 브랜드 행사장에 봉황 비녀를 꽂고 참석한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SAG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 정호연의 길고 까만 머리 아래로 드리운 댕기, 블랙핑크의 궁보 가슴 가리개와 전통 문양 자수 저고리, 견장처럼 부착한 노리개, BTS의 한복 정장과 도포 등 수많은 연예인이 한복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한편으로는 현재 한복은 '뜨거운 쟁점'의 중심에 있다. 한복 공정 논란부터 잡지 보그의 청와대 패션쇼 논란, 사극의 고증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진짜 한복'은 무엇일까. '신한복' '퓨전 한복'은 과연 한복일까. 고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평생을 한복에 관해 연구해온 저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개부터 전통 신발까지 한복에 담긴 '힙'과 '멋'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품격을 완성하는 '쓰개', 조선 럭셔리의 상징인 '가체', 조선 패셔니스타 기생의 '상박하후 스타일', 조선 매니시 패션 '장옥', 왕비의 웅장한 '격식 적의 제도'를 통해 우리 전통 패션에 담긴 멋을 새롭게 조망했다. 또 일생에 한 번만 허락된 '활옷', 신분과 격식을 드러내는 '원삼 착용법', 무병장수의 기원을 담은 '까치저고리'와 '오방장두루마기', 7겹의 속옷으로 완성하는 '치마 라인', 쓸모와 상징성을 담은 '노리개'와 '주머니', 조선 명품 '보자기'와 '조각보'를 통해선 한복의 '힙'을 설명한다.

패션은 '이야기'다. 당대 사회·정치·문화·경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시대상과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따라서 한복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그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특히 조선 한복에는 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남자들의 상투 머리처럼 고대시대 여자들의 하늘을 향한 올림머리는 조선에 와서 땅을 향한 댕기 머리로 변했다. 남녀 구분이 없었던 직선적이고 경쾌한 스타일의 고대 저고리는 조선에 와서 짧고 섬세한 선을 가진 관능적인 저고리가 됐다. 여성을 구속하기 위한 작은 저고리와 겹겹의 치마는 오히려 관능의 상징이 됐다. 이처럼 변화한 한복에는 유교 이념으로 억압당한 조선 여인들의 수난사가 담겨 있으며 그녀들의 모험과 도전 역사가 새겨져 있다. 또 교육·인권·사회에서 단절됐던 조선 여인들은 한복과 규방 공예에 자신들의 철학과 예술성을 담아 표현했다. 그 세계는 놀랍게도 현대적이고 과학적이다.

또 한복은 고정된 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입는 대상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는 '미학적' 본질을 가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라는 말처럼 전통은 정해진 틀에 갇혀 답습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소통하며 재해석되고 살아 움직일 때 그 미래를 갖는다. 따라서 전통은 형식이 아닌 '정신'이다. 이에 저자는 책을 통해 명절이나 결혼 같은 행사에서나 입는 규격화된 한복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함께 변화하며 21세기 문화와 사회가 반영된 새로운 한복 문화를 보여주고자 한다.

책은 덕온공주 '삼회장저고리', 단양 우씨 '화보문 삼회장저고리' 등 저자의 조선 시대 대표 유물 고증 재현 작품을 담고 있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 김태자 선생의 '활옷', 장도장 박종군 선생의 '은장도', 매듭장 김혜순 선생의 '노리개'와 '주머니', 화혜장 황해봉 선생의 '전통 신발', 서울시무형문화재 매듭장 노미자, 자수장 김현희·최정인·김인자 선생의 '전승공예 작품'들과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전통공예명품전 '수상작·출품작'들을 전시 도록을 보듯이 풍부하게 수록해 한복의 멋을 시각적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평소 한복에 관심이 있고 더 알고 싶지만, 그동안 어렵고 딱딱한 전통 복식 책에 접근이 힘들었던 독자들을 위한 맞춤 입문서다. 또 전통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싶은 패션이나 생활 공예 작가들의 자료서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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