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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에 등장하는 엘프 캐릭터 아론디르. 아마존 프라임 캡처 |
HBO의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이전 이야기를 다룬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에는 순수혈통 귀족 발레리온가(家)라는 가상의 가문이 있다. 발레리온가 사람들은 은발에 하얀 피부, 연보라색 눈동자가 특징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흑인 배우가 드레드록(레게머리)을 한 채로 등장한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샌드맨'에도 복수의 흑인 배우가 캐스팅됐다.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 모르페우스 조력자인 루시엔은 백인의 노신사지만, 드라마에서는 흑인 여성이다. 또 모르페우스의 누나인 '죽음'은 원작에서 창백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묘사됐지만 드라마에서 흑인 배우가 분했다.
블랙워싱에 불을 지핀 것은 디즈니가 공개한 '인어공주' 실화 영화의 예고편이다. 흑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소식부터 갑론을박이 많았고, 예고편이 공개되자 유튜브에는 '싫어요' 물길이 일었다. '싫어요'는 194만건이며 '좋아요'는 126만건이다.
위에 언급된 드라마 또는 영화의 원작이 발표된 시기는 지금과 시대나 문화 상황과 인종·성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편견을 깨는 캐스팅의 다양화는 인종 다양화 위에서 자랐다. 그러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의한 '울며 겨자 먹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종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원작의 설정을 파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다양한 인종에게 배역을 맡겨야 하는 것이냐는 의문부터 인종 다양화 탓에 오히려 백인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블랙워싱은 인종 다양화 과도기의 해프닝이다. 과거에 창조된 작품을 현대화하며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비단 인종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성별과 나이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현대와 미래의 창작물에는 정치적 올바름에 의한 다양화가 아니라 시대와 문화를 바르게 담길 바란다. ○○워싱이나 ◇◇차별과 같은 논란이 없길 희망한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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