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21〉 구상나무

  • 이동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식물양묘연구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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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9  |  수정 2022-12-29 07:33  |  발행일 2022-12-29 제21면

[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21〉 구상나무
이동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산림생물자원부 식물양묘연구실 대리〉

국내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생물종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흔한 경우도 있고, 국내에선 여러 자생지에서 개체 수가 많다는 이유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가 안 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생물종도 있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부터 백운산(광양), 지리산, 덕유산까지 분포하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국내에선 아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있지 않지만,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2013년부터 위기종(EN)으로 분류하고 있는 한반도 고유종이다. 한반도 고유종이라는 말은 한반도에서 사라지면 멸종이라는 것을 뜻한다. 구상나무 보존에 관심과 노력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상록교목으로 성목이 되면 높이가 10m 이상 훌쩍 자란다. 열매는 구과로 위를 향해 달리며, 암자색에서 익으면 녹갈색으로 변한다. 위를 향해 달리는 열매, 짧고 앙증맞은 잎, 원추형으로 자라는 나무 형태 등 관상 가치가 높아서 조경수로도 인기가 많다. 구상나무 이름은 제주도 방언 '쿠살낭'에서 유래했다. '쿠살'은 성게, '낭'은 나무를 뜻하며, 짧고 바늘처럼 생긴 잎이 가지에 다닥다닥 달린 모습이 성게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한라산, 지리산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구상나무가 빠른 속도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구상나무는 해발 1천m 이상에서 여름이 서늘하고 공중습도가 높은 기후에 적응된 종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겨울 강설량이 줄어들고, 그만큼 구상나무는 봄철 가뭄에 대응할 여력을 잃는다.

해발 1천m 이상 고산지대에서는 봄철에도 쌓여있는 눈을 관찰할 수 있는데, 쌓인 눈이 서서히 녹으면서 고산지대 토양에 수분을 공급한다. 구상나무 숲이 고사하면 그만큼 탄산가스 흡수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로 인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구상나무는 종자로 대량 증식이 가능하다. 9~10월경 딴 종자를 모래와 섞어서 망에 담아 2~3일간 물에 침지한 후 겨울 동안 노천매장을 한다. 다음 해 3월 중 노천매장한 종자를 꺼내서 파종하면 발아가 잘된다. 구상나무는 발아 후 3년까지 유묘 상태에서는 굉장히 더디게 자란다. 어느 정도 자라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므로 3년 이상 키운 묘를 노지에 정식해서 키우면 된다.

구상나무는 서양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랑받는 나무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종 구상나무를 개량한 품종이다. 1920년 영국 식물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Abies Koreana'라는 학명으로 신종 발표한 구상나무는 미국,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의 종묘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식물주권은 당연히 우리나라에 있지만, 안타깝게도 구상나무 품종들의 특허권은 개발 및 등록한 쪽에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2021년부터 유한킴벌리와 협업으로 구상나무 보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6천8백본의 유묘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온실에서 자라고 있고, 올해 한라산에서 수집한 종자 12만립이 노천매장 중에 있다. 성목으로 잘 자라나서 한라산, 지리산, 소백산, 덕유산 등지에 제 자리를 잡는 날이 기대된다.

이동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산림생물자원부 식물양묘연구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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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식물양묘연구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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