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메모리아…미스터리한 소리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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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30 08:23  |  수정 2022-12-30 08:45  |  발행일 2022-12-30 제39면

메모리아

동생을 만나러 콜롬비아 보고타에 도착한 제시카(틸다 스윈튼)는 새벽녘 알 수 없는 '쿵'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마치 콘크리트로 만든 커다란 공이 방안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묘사한 소리는 그녀의 일상을 깊이 파고든다. 제시카는 반복해서 들려오는 미스터리한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여정에 나선다. 현지 음향 엔지니어, 고고학자, 정신과 의사 등을 만나지만 소리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던 중 뭔가에 이끌리듯 찾은 숲속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한 남자 에르난(엘킨 디아스)을 만난다.

'엉클 분미'(2010)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피찻퐁 위라 세타쿤 감독이 또 한 번 자연을 메타포 삼아 시적인 영화 세계를 펼친다. 그가 8년 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메모리아'는 알 수 없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곳을 방문하는 한 여성의 여정을 담는다. 태국을 벗어난 첫 해외 로케이션 영화라는 점,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이 주연은 물론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특히 태국 사회를 비판하는 코드를 늘 영화에 담아내던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이전 작품부터 감독의 주된 소재가 되어온 기억의 '시각화'를 넘어 '청각화'를 위한 새로운 실험적 도전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더한다.

영화는 위라 세타쿤 감독이 실제로 콜롬비아 여행 중 새벽에 듣곤 했던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감독은 이 소리가 엄청난 소음임에도 뇌 주위에서만 울려 퍼져 완전히 잠을 깨우는 대신 반의식 상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꿈의 경계를 미묘하게 오가며 자신을 무의식의 세계로 이끌었고, 나중에는 기이한 쾌락으로 바뀌어 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체험을 토대로 제시카가 숨겨진 기억을 찾기 위해 머릿속을 파헤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가장 주된 '쿵' 소리를 포함해 도시와 자연의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각 시퀀스에 포착하는 과정에선 자연을 담은 미장센, 정지 화면에 가까운 정적인 슬우 테이크 등 독보적이고 실험적인 연출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겼다.

현실과 비현실이 혼재된 듯 그려지는 '메모리아'의 비선형적 서사 구조는 다소 난해할 수 있다. 그만큼 작품 전반적으로 실험적인 요소가 강하다. 위라 세타쿤 감독은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나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영화에 담았다"고 했다. 자연으로 동화되어 가는 과정과 자연 속에서 무의식을 탐험하는 듯한 신비로운 미장센이 정교한 사운드 효과와 함께 독특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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