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대구시 군위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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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8  |  수정 2022-12-28 06:46  |  발행일 2022-12-28 제27면

[영남시론] 대구시 군위군
박진관 편집국 부국장

"앞으론 비슬산, 뒤로는 팔공산, 그 복판을 흘러가는 금호강 물아~(중략)."

대구를 대표하는 민족시인 이상화가 1930년에 발표한 '대구행진곡'이란 시의 첫머리다. 당시만 해도 대구는 읍성을 중심으로 인구 10만여 명의 작은 도시였다. 해방 후 점차 도시가 확장되면서 1995년엔 남쪽 비슬산 너머 달성군이 편입됐고, 2023년 7월1일부터는 북쪽 팔공산 너머 군위군이 들어오게 돼 '대구행진곡'의 시구는 진짜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이제 대구의 면적은 서울을 포함한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넓어졌다.

군위(軍威)란 한자로 '군대의 위엄'을 뜻한다. 7세기 신라 김유신이 백제와의 통일 전쟁을 벌일 때 지금의 효령면 장군리에 지휘소를 만들어 당나라 소정방과 그의 부장 이무(연안이씨 시조)를 만나 백제 공략 작전을 세운 데서 유래한다. 당시 군대의 위세가 대단해 삼국통일 후 신라 경덕왕 때 군위로 명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군위는 지리적으로 팔공산 북사면 구릉지에 위치한 데다 인근 구미나 의성에 비해 너른 들이 많지 않아 예로부터 세(勢)가 약했다. 한때 구미로의 편입 시도도 있던 만큼 자족도시로서의 기반도 충분치 않았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게리맨더링에 의해 때론 구미에, 때론 의성이나 칠곡에 붙어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인구도 1960년대 8만명에서 지금은 2만3천명까지 줄어들어 소멸 위기에 몰렸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에서 편의점 수가 제일 적은 군, 1세대당 평균 인구수(1.73명)가 가장 적은 군으로 '나홀로가구' 비중이 다른 시·군에 비해 매우 높다.

군위로서는 스스로 존립 여부가 불투명했기에 대구편입이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달성처럼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조성 등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생겨 인구와 세수(稅收)가 늘어나는 등의 발전을 기대할 것이다. 군위군 전역에 대구편입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게 그 방증이다. 하지만 군위에 살고 있는 농민은 심드렁하다. 현재 경북도에서 받고 있는 60만원의 농민수당도 대구로 편입되면 사라지고 귀농 지원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위는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군부대 통합이전(육군 제2작전사령부·50사단·5군수지원사령부·공군 방공포병학교)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군위를 비롯해 칠곡, 영천, 상주, 의성이 군부대 유치를 희망하고 있지만, 대구시로서는 권역 내 군위에 군부대를 둠으로써 인구의 외부 유출 없이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취할 수 있고 군부대 이전에 따른 행정적 처리도 경북도 내 시군에 비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계면 팔공산 정상에는 공군부대가 있고, 통합신공항에도 군공항이 들어서기에 유치 조건이 유리하다. 그러나 군사시설을 한곳에 모을 경우 이에 따른 전략상 유불리도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대구의 생활 권역은 사실 동쪽으로 경산, 서북쪽으로 칠곡과 가깝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군위가 대구에 편입된 결정적 배경에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에 굳이 '통합'이란 두 글자를 넣은 건 군공항 동시 이전을 포함한 두 지자체 간 공동발전과 상생, 화합을 도모하고자 한 뜻이 담겨 있음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군위를 대구에 넘기면서 '생니를 뽑는 심정'이라고 한 말을 홍준표 대구시장이 헤아려 군위의 발전이 경북에 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박진관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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