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월인천강(月印千江)

  • 박지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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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2  |  수정 2023-01-02 08:02  |  발행일 2023-01-02 제23면

[문화산책] 월인천강(月印千江)
박지극 (시인)

벌써 3년이 지난 2019년 나는 조금 이색적인 전시회 초청장을 받았다. 전북도 예술회관에서 최병진 교수의 '월인천강, 원목 한지 등 전'이 열린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대구 토박이로 대구에서 공부하고 대구에서 대학 강단에 섰다. 전공분야는 금속공학이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대학에서 명퇴를 하고 또 느닷없이 전북 전주로 이주한 것이다. 나와는 오랫동안 형, 아우 하며 지내온 소중한 후배이기도 한 그가 수십 년을 지내온 고향을 떠나는 일, 자신의 전공을 벗어난 예술활동 등 예사롭지 않은 그의 행적이 재미가 있어 바로 전시회로 달려갔다.

그는 우리에게 금속공학 교수로 알려져 있으나 그와는 별개로 2011년 한일 ART COSMOS전(부산·요코하마), 2012년 대한민국 아트페스티벌(대구), 국제 에코 현대미술전(부산), 여수 엑스포 기념 대한민국 국제 남부 현대미술제(여수)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2013년 6월11일부터 16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개인전 '나무tree'를 연 바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평소 그는 자신이 '목공에 관심이 있고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변신하여 뛰어들 줄은 몰랐다. 전주로 이주하기 전에 진작에 목공학교를 졸업하는 등 준비를 하기도 했다. 이주 후 목공실을 차리고 원목을 이용하여 여러 가구를 만들었는데, 그 작업이 진전하여 이번의 '원목 한지 등 전시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예술회관 전시실에 도착해서 보니 원목 한지 등이라는 이름 그대로 '등' 전시회로 수백 개의 한지 등이 전시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사용한 나무의 재질은 향나무, 뽕나무, 느티나무 등 각양각색이지만 모두 6면을 하고 있고,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최 교수처럼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예술혼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삶의 어느 순간에 크게 변신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로 나아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 활동에 투신하는 것도 새로운 삶의 방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필자도 생물학을 전공했으나 늘 관심은 문학 쪽이었다. 결국 노년이 되어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늦깎이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방향을 바꾸니 어떤 성과보다는 삶이 만족스럽게 바뀌고 보람을 찾을 수 있어 삶이 풍요로워졌다.

자신의 본성과 관계없이 생업 때문에 혹은 다수가 선호한다고 선택한 자신의 직업이나 생활방식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젊은 사람이나 혹은 나이가 들었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은 분야로 나아감이야말로 올바른 삶의 선택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박지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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