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칼럼] 格物致知(격물치지)

  •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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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4  |  수정 2023-01-04 06:50  |  발행일 2023-01-04 제27면

[유영철 칼럼] 格物致知(격물치지)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신년호에 어떤 특집이 있나 싶어 일간지를 검색하다가 한 인터뷰 기사에 눈이 멈췄다. '검색 말고 사색하라'는 제목이었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인터뷰 주인공이다.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과 같은 세대에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손흥민을 키우면서 2021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책도 낸 사람이다. 잘 몰랐는데, 연간 수백 권의 책을 읽고 좋은 문구를 새기며 아들에게 줄 친 대목을 보여주었다 한다. '삶의 자세', 최고의 미덕 '겸손'을 가르쳐 주었다 한다. 독서와 사색을 통해 '욕심도 마음도 비우고, 몸에 힘도 빼는 게 중요함'을 체득하고 실천해 온 분인 것 같다.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손흥민이 황희찬에게 넘긴 절묘한 패스도 그냥 나온 게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배우기도 중요하다. 생각하기도 중요하다. 배우기와 생각하기는 보완관계다. 나의 경우, 재수까지 하여 입학은 했으나 기대와 너무 달라 실망하며 어찌할까 온갖 생각으로 혼란스러울 때 우연히 손에 잡은 책이 '논어(論語)'였다. 읽다가 하나의 문구에 깜짝 놀랐었다. '사이불학(思而不學) 즉태(則殆),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 학이불사(學而不思) 즉망(則罔),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둔해진다'였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위태하다, 위험하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그러하다. 그래서 옛날부터 공부를 권했다.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은 공부의 기본으로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제시한다. 당시 공부의 목적은 도덕적 수양을 통하여 성인(聖人)이 되는 데에 있었다. 노력하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유가(儒家)의 수양론은 현대 일반인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서 '격물(格物)'은 '사물(事物)에 이르는 것' '사물에 다가가는(탐구하는) 것' '어떤 사물의 근본과 말단을 헤아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물(物)'은 물질뿐 아니라 정신 등 모두 포함된다. 곧, 충효인의(忠孝仁義)와 생사와 시비 등에 대해서도 '물'이라고 일컬었다.(주희 『대학』(해제) 2004.박성규) '치지(致知)'는 '격물을 통해 올바른 앎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격물치지에 대해 학자마다 견해가 상이하여 논쟁이 분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격물치지'는 모든 인식의 대상, 논의의 대상, 실천의 대상에 대해 근본과 말단을 헤아려서 올바로 판단하고 실천을 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인간사회에는 개인인 경우에도 매사 상황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만물 만사의 근본 원리를 궁구(공부)하는 격물치지가 절실하다. 개인이 아닌 조직이나 기관의 간부라면, 조직이나 기관의 장이라면 더욱 상황 판단이나 결정의 중요성과 비중이 높아진다. 그들이 사전에 틈틈이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이나 기관의 향로는 그만큼 위태로워진다. 만약 부동산 업무 담당자가 부동산이란 사물에 대한 근본과 말단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없을 것이고 누구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자신이 아는 상식이 상식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격물치지가 현재에도 요구되는 조목이다.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에 어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자연은 한결같이 다가온다. 그러나 인간 세상은 한결같지 않다. 지난해에 비추어 볼 때 올해의 전망이 밝지 않다. 비관론자는 아닌데도 정치 쪽의 전망이 밝지 못한 것 같다. 정치를 잘못하는 것 같다. 격물치지, 치국하는 정치인이 되새겨야 할 조목이다.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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