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림약용자원을 밀원자원으로 활용하자

  • 김영기(국립산림과학원 산림약용자원연구소 임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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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1  |  수정 2023-01-03 17:22  |  발행일 2023-01-11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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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약용자원연구소 임업연구사

2021년도 단기소득 임산물 생산액은 2조3천322억원이다. 이중 약용식물 생산액은 6천237억원으로 26.7%를 차지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면역증진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2017년 4조1천억원에서 2021년 5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천연물 의약품 시장규모는 2017년 1조5천억원에서 2024년 2조4천억원으로 전망되는 등 산림약용자원의 수요와 중요성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참당귀, 천궁, 잔대 등 대부분 약용자원은 벌, 나비, 개미 등 곤충에 의해 수정되는 타식성 작물이다. 이들은 화분매개자를 유인하기 위해 개화하여 풍부한 꽃꿀과 화분을 생산하기 때문에, 밀원식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발생, 무분별한 농약 살포, 밀원수 면적 감소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꿀벌의 집단 폐사 및 감소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벌꿀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양봉산업계는 심각한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하 '양봉법'이 제정되어 2020년부터 시행되었으며, 밀원식물 확대·조성 및 관리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림약용·밀원자원의 발굴이 양봉산업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청 단기소득임산물 중 약용식물은 38종이 등록되어 있으나 대한약전, 대한약전외생약규격집, 민속식물자료와 한약학명목록에 명시된 국내 약용식물을 망라하면 약 1천504종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에 다양한 자생 산림약용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부가적으로 밀원가치를 평가하거나 약용자원에서 유래하는 벌꿀의 기능성을 평가하는 등의 고도화된 연구들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동의보감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참당귀는 산형과에 속하는 식물로 국내 생산액이 약 247억원에 달하며, 약초류 중 3번째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 식재 2년 차에 뿌리를 수확하여 약재로 사용하나, 일부 개체는 수확기에 도달하기 전에 꽃이 피기도 한다. 이러한 조기 추대(꽃대 발생) 현상은 뿌리의 목질화를 유발하여 약재 가치를 떨어뜨리므로 대부분의 농가에서 버려진다. 그러나 꽃은 7월에서 9월까지 개화하고, 많은 꽃꿀이 분비되며 꿀벌의 방문이 많다. 따라서 버려지는 개체는 그 목적을 달리하여 밀원자원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일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누카꿀'은 뉴질랜드 자생식물인 마누카에서 분비되는 메틸글리옥살이란 특이적인 화합물에 의해 뛰어난 항균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면역증진, 위장 질환 개선 등 다양한 기능성을 인정받아 등급에 따라 국산 꿀 대비 5배~20배 높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을 비롯하여 민간에서는 마누카잎을 차로 식용하거나 잎, 가지를 달인 물을 근육과 관절, 화상, 상처 등의 치료제로 이용하였다.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 수출액은 연간 약 3천500억원 규모다. 2028년에는 1조4천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생 중인 약용식물을 대상으로 밀원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고품질 기능성 꿀 생산을 위한 연구를 본격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연구는 자생 약용자원의 고유한 가치를 증진시키고 밀원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양봉산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기(국립산림과학원 산림약용자원연구소 임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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