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재 난 대구 성서IC 방음벽도 PMMA 소재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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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6  |  수정 2023-01-06 06:45  |  발행일 2023-01-06 제23면

지난 3일 밤 대구 달서구 중부내륙고속도로 성서IC를 주행 중이던 SUV 차량에서 발생한 불길이 옮겨붙어 방음벽이 전소됐다. 이 방음벽에도 일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재질이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MMA는 지난해 12월29일 경기도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당시 피해를 키운 소재여서 하마터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강화유리처럼 투명 재질인 이 PMMA는 무게가 가볍고 가격이 저렴한데 설치마저 용이해 방음벽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PMMA는 인화점이 300℃ 전후로 낮고, 화재 실험 시 용융된 재료가 바닥으로 떨어진 후에도 지속 연소해 2차 화재 확산 위험성이 있다. 방음터널 재질로는 당연히 부적합하다. 이번 성서IC 방음벽 화재사고는 물론 5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친 과천 방음벽 사고에서도 위험성이 입증됐다.

선진국에선 방음 터널 제작 시 불연성 소재를 사용토록 의무화했다. 현행 환경부의 '방음시설 성능 및 설치기준' 고시에는 재질의 선정 기준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차량 화재로 인한 방음벽 2차 화재 발생 가능성은 상식에 속한다. '접시 물에 (아이가) 빠져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에서 보듯 모든 재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규정을 꼼꼼하게 만들어야 한다. PMMA 방음벽을 설치한 곳은 대구에도 수성IC 인근 대구부산고속도로 내 세 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모두 52군데나 된다고 한다. 이미 설치된 PMMA 방음벽을 불연성 소재로 당장 교체하고 관련 안전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목숨보다 공사비 절감을 우선시하는 악습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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