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계묘년 정국 '격랑' 예고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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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6  |  수정 2023-01-06 06:46  |  발행일 2023-01-06 제23면

[이재윤 칼럼] 계묘년 정국 격랑 예고
논설실장

새해 출발부터 불길하다. 두 개의 장면이 있다. 지난 2일 대통령 초청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나. 5부 요인에다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야당 대표에게 전례 없는 '행안부 e메일 초청'을 한 것이나, "보고 못 받았다"는 이 대표의 딴청이나 도긴개긴이다. 데면데면한 것은 결국 상대를 인정하기 싫다는 뜻이다. 경우에 어긋나는 초청이었더라도 이 대표의 불참은 아쉽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는 한 차례도 만나지 못했다. 새해에도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건 정상적 정치가 아니다. 청와대 가야 하는 날 이 대표는 양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았다. 동병상련인가. 두 사람은 손잡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항의했다. 계묘년 벽두 '청와대'와 '양산'에서 펼쳐진 두 상징적 장면은 새해 정국의 예고편이다.

'찐 예고편'은 그 하루 전에 있었다. 대통령 신년사. '3대 개혁' '재도약'이 강조됐지만 '협치' '통합' 이런 말은 일언반구 없었다. 대통령 메시지에서 '협치'는 사라진 게 아니다. 원래 없었다. 취임사 이래 8개월째다. 협치 없이 '재도약'은 언감생심이고 3대 개혁의 성공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무데뽀'로 밀어붙일 일 아니다.(유승민 전 의원) 진심은 이것인가. 기득권 타파. 신년사에도 신년회에서도 연일 외쳤다. 물론 당연히 할 일이다. 문제는 누가 기득권인가에 있다. 전 정권과 거대 노조, 시민단체? 대통령은 늘 이들을 묶어 '이권 카르텔'이라 했다. 대한민국 문제의 기득권이 과연 저들인가. 당장 "기득권 타파를 외치는 쪽이 기득권 아닌가"(김동연 경기도지사)라고 반발한다.

토끼는 '지혜'를 상징한다. 평소 여러 개의 굴을 파놓는다.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토끼의 위기 대처법 '교토삼굴(狡兎三窟)'은 위기의 대한민국, 격랑의 계묘년 정국에 교훈이 될만하다. 지금 윤석열·국민의힘과 이재명·민주당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위기 때 요긴하게 쓰일 토끼굴마저 모두 불살랐다.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결기다. 폭주 기관차는 '증오'와 '혐오'의 감정에 지배당하기 십상이다. 강준만은 '기차를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 실패 요인을 하나만 꼽으라면 '분열'이다. 내 편의 환호에 취해 중도의 한숨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마주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하워드 진·美 좌파 역사학자)는 당내 소수의 경고가 있었다. 정권을 뺏기고 보니 그때 다수는 틀렸고 소수가 맞았다. 문 정부의 실패에 기대어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는 다를 줄 알았다. 그런데 빼다박았다. 오히려 대립과 갈등이 '더 늘었다'는 국민 의견(51.0%)이 많다.(글로벌리서치·지난해 12월26~27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밥도 먹기 싫다(40%), 결혼도 싫다(43%)고 한다.(케이스탯리서치·지난해 12월26~27일) 하나의 나라 두 쪽 난 국민. 다음 정부도 윤석열 정부의 '분열'을 제물 삼아 탄생할까.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윤석열 비토층이 50% 내외 매우 견고하게 형성돼 있다. 무얼 의미하나. 팬덤 밖으로 나오라. 통합과 협치는 번영과 민주주의로 안내하는 최선의 통로다. "이렇게 가다가는 내전 상태가 될 것이다. 책임도 정치인이 져야 하고 해결도 정치가 해야 한다."(문희상 전 국회의장)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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