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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이 5일 오후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김영배 의원, 김 간사, 설훈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까지 침범했던 것으로 5일 뒤늦게 밝혀졌다.
당초 군은 비행금지구역은 뚫리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으나, 이날 뒤늦게 말을 바꾼 것이다. 핵심 보안 구역까지 들어온 적기의 항적을 일부 포착하고도 북한 무인기 흔적을 확인하기까지 일주일 넘는 기간을 거쳐야 했다는 점에서 방공대응 실패는 물론 정보 평가까지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합참이 지난해 12월29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와 지난해 12월31일 발표에서 "적 무인기는 P-73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한 것과 사실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군의 해명을 종합하면 무인기 침범 당시 서울 상공을 감시하는 레이더에는 무인기 항적이 일부 잡혔으나 탐지와 소실을 반복하면서 항적이 선형이 아닌 점 형태로 나타났고, 상황을 지켜보던 작전 요원들은 이를 무인기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이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점으로 된 항적들을 연결해 보는 등 상황을 다시 분석한 결과 무인기의 P-73 침범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전날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전인 지난 2∼3일쯤 도출됐음을 고려하면 합참은 무인기 침범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P-73에서 잡힌 항적의 정체를 무인기로 판단하지 못한 셈이다. 침범 당일에는 출격한 KA-1 전술통제기 1대가 추락하고 지상 대공무기들은 표적 정보가 없어서 사격 시도조차 못 하는 등 추적과 타격 능력이 비판받았다. 여기에 더해 군 정보라인의 정보 평가·판단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것이다.
합참은 침범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무인기가 용산 근처를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최초 보도가 나오자 "용산 상공을 비행한 항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틀 뒤인 29일 야당 의원이 P-73 침범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는 합참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할 정도로 자신만만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합참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지점이나 침범한 거리 등 정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군은 "비행금지구역을 스치고 지나간 수준"이라고 묘사했는데 사실일 경우 종로구와 중구가 접하는 지점 정도의 상공까지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언론과 야당의 타당한 분석을 공개 반박했다가 말을 바꾼 점에 대해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내부 검토를 거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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