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지금 우리에게 '디지털 문해력'이란

  • 김언동 경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
  • |
  • 입력 2023-01-09 07:24  |  수정 2023-01-09 07:25  |  발행일 2023-01-09 제12면
김언동 경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에는 작가 박혜윤이 요리 요령을 배우게 된 경험을 다음 이야기를 통해 들려줍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장사가 잘 안되는 어떤 식당의 메뉴를 점검했습니다. 고기 메뉴를 만들면서 식당 사장은 잡내를 없애기 위해서 설탕을 비롯해 이것저것 넣어서 고기를 삶아왔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백종원이 말합니다. "예전에는 풀을 많이 먹여 키워서 고기 잡내가 강했죠. 그래서 이런 많은 재료들을 넣어서 냄새를 없애야 했지만, 요새는 곡물 사료를 먹여 키워서 고기 잡내가 예전만큼 강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재료들을 넣으면 오히려 고기에서 텁텁텁한 맛이 납니다. 재료도 바뀌어요. 요리를 하면서 왜 이걸 넣는지 알아야 하고, 재료가 바뀌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예전에 하던 방식이니까 이유도 모르고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번역가 김택규는 '번역의 말들'에서 번역가 지망생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어떻게 국어 실력을 늘릴 수 있나요?"에 대한 답을 들려줍니다. 작가가 그 질문에 답으로 정해둔 답은 "당신의 국어 실력은 이미 결정돼 있습니다"인데요.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자신을 진단해 보기를 권하면서, 자신이 텍스트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왔는지, 또 우리 시대 필독서의 네트워크와 표준적인 문제를 장악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번역가가 되겠다는 열정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해당 언어가 요구하는 동시대적인 문해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겨울 방학에도 학교는 여러 교육활동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귀한 시간입니다. 학습 도구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연습장에 쓰면서 해야 할 수학 공부도 전자책으로 나온 문제집을 태블릿에 연결된 '펜슬'로 메모장 앱에 풉니다.

최근에 문해력이 화두입니다. 많은 사람이 문해력의 위기, 실태, 해결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문해력이다'라고 의미를 규정하고 문해력을 신장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해력의 개념 자체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와 미래의 문해력은 인쇄된 책 속에만 있지 않으니까요. 화면 속 세계를 우리는 빠르게 유영하고, 정보는 여러 개의 감각으로 동시에 들어옵니다. 교사인 저는 태블릿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걱정스럽고 불안해 보이지만, 학생은 그것이 왜 걱정거리가 되는지를 모릅니다. 우리의 읽기는 더없이 다채로워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종이책을 넘어 전자책과 구독 서비스, 동영상 강의와 오디오북까지, 디지털 학습 매체는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읽기의 시대가 왔다고 손짓합니다. 지금은 디지털 문해력이 전성기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는 읽기의 도구도 개념도 새롭게 확장합니다. 과거에는 문해력이 읽기와 쓰기 능력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의 문해력은 디지털 정보에 접속하고 소통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술들과 그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종이책 읽기를 잣대로 온라인 읽기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는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읽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온라인과 인쇄물을 오가며 수많은 자료에 접속하고, 그것들을 종합하여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문해력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EBS 다큐멘터리 '시민의 탄생-연결자들'에서 대만의 디지털부 장관인 오드리 탕은 디지털 도구를 통해 시민과 사회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민주주의를 구현합니다. 새로운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힘이 디지털 문해력에 있습니다.
김언동 〈경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

기자 이미지

김언동 경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