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함께 살아가는 배려 이야기' 공모전 수기] '금상' 배려가 차별이 되어버린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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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9  |  수정 2023-01-09 07:33  |  발행일 2023-01-09 제13면
경북기계공고 안윤주 교사 "다문화는 김밥이다, 속재료 맛이 어울리는 것처럼"

다문화 청소년 다룬 문학작품 수업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구촌 '시각화'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하던 학생들

이해·공존·다채로움 등으로 변화

[2022 함께 살아가는 배려 이야기 공모전 수기] 금상 배려가 차별이 되어버린 다문화
학생들이 전지의 가운데 있는 세계 지도에 선물들의 원산지를 연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선물들이 거미줄처럼 모두 선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이 사실을 바탕으로 문화란 무엇인지, 다문화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있다. 〈안윤주 교사 제공〉

'주홍글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낙인'이다. 소설 주홍글씨에서 시작된 이 말은 사회가 개인에게 내린 가혹한 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학교 현장에서도 주홍글씨처럼 개인에게 내리는 가혹한 낙인이 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다문화'라는 용어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특별하고 차별된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통 '다문화(多文化)'라는 뜻은 '많을 다(多)'자에 '문화(文化)'라는 말이 붙어 '여러 나라의 생활 양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다문화라는 용어는 그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다문화 가정, 다문화 학생'처럼 특별하고 차별적인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다문화 학생 중 일부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것처럼 교실에서 점점 고립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다문화 학생은 자신이 다문화 학생임을 절대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잘못 건드리면 안 되는 뜨거운 감자처럼 다문화에 대해서 조심조심 접근하고, 또 하나마나한 다문화 교육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배려하고자 했던 용어가 오히려 차별적 용어가 되어버린 '다문화', 이 다문화를 이대로 덮어둘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또 2022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인간상인 포용과 시민성을 바탕으로 다급하고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다문화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물론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되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인식이 문제일 뿐,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다문화' 관련 용어에 대한 재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문화 수업을 할 때, 문학은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문학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 능력과 인물 간의 갈등을 파악하고 그 갈등을 극복하는 갈등 해결 능력을 신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문학 작품이 '달리는 차은'이다. 이 작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청소년 인권 영화 '시선 1318'에 담긴 5편의 옴니버스 영화 중 한 편으로 14살 사춘기 청소년이면 누구나 겪을 법한 성장통을 필리핀에서 온 새엄마와의 갈등을 통해 더욱 극대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물이 겪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인물에게 선물하기' 활동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먼저 학생들은 시나리오 속 등장인물의 갈등 양상을 파악하고 왜 그런 갈등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잡지책이나 신문에서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선물'을 찾아 오려 붙이고 왜 그 선물이 해당 인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이유를 적는다.

이때 선물의 이유를 적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물은 꼭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은 차은이가 다문화 가정이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퍼뜨려 친구들의 놀림을 사게 한 영찬이에게 '고양이를 키우면서 배려심을 갖게 하고 싶었고, 다문화 친구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공부를 하라고 태블릿과 지구본을 선물하고 싶었다'라고 선물의 이유를 적었다. 고양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를 통해 배려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는 이유가 중요한 것이다.

이 활동 후에 4명의 모둠원이 각자 인물에게 선물한 것들을 모두 전지에 붙이고 전지의 가운데 있는 세계 지도에 선물들의 원산지를 연결하게 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선물들이 거미줄처럼 모두 선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이 사실을 바탕으로 문화란 무엇인지, 다문화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학생들은 '문화란 거미줄이다. 거미줄이 얽힌 것처럼 각 나라의 문화가 섞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문화란 김밥이다. 왜냐하면 김밥 재료 하나하나가 각각의 맛을 내며 서로 어울리는 것처럼 다문화도 각 나라의 문화가 어울려 있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적어 줬다. 이처럼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다문화가 여러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하나의 사회 안에서 서로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다음은 모둠에서 다문화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는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학생들은 다문화의 장점이나 좋은 점 그리고 단점이나 문제점 등을 적고, 장점은 장점끼리, 단점은 단점끼리 유목화했다. 그리고 다문화의 단점을 모두 모아 어떻게 하면 이 단점을 장점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서로 토의하게 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단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지금 당장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 지금 당장 우리가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업 중간에 생각 카드를 활용한 '내가 생각하는 다문화란~이다' 활동을 두 번 실시했다. 첫 번째는 선물하기 활동 후, 두 번째는 선물 연결하기 활동과 단점을 장점으로 개선하기 활동 후 이뤄졌다.

선물하기 활동 후 학생들은 "내가 생각하는 다문화란 불평등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면 사람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되고, 그러면 다른 한쪽은 평등한 대우를 못 받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다문화는 소외이다. 다문화 사람들은 혼자 소외받거나 차별당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다문화는 외로움이다. 자신들과 좀 다르게 생겼다고 사람들은 그 사람을 따돌리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다문화를 '불평등, 소외, 외로움'과 같은 다소 부정적인 단어들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는 달랐다.

학생들은 "내가 생각하는 다문화란 한 명도 뒤처지지 않고 함께 서로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다문화란 다채로움이다. 왜냐하면 여러 나라 국적과 문화가 섞여 함께 이해하고 존중하여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다문화는 래프팅이다. 래프팅은 다 같이 마음과 행동을 모아서 하는 활동이다. 또한 다문화로 서로 다르지만 이해하며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다문화는 여러 개의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곱게 다듬어 하나가 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부정적 단어로 가득했던 다문화에 대한 표현이 긍정적이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변한 것이다.

학생들은 서로의 의견을 치열하게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다문화는 "전 세계 현재 공존하고 있는 모든 문화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것임을 알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아직 서툴고 거칠지만 이렇게 다문화의 정의를 다듬고 수정하면서 학생들의 마음은 분명 처음과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으레 하는 형식적인 다문화 교육이 아닌 바로 내 친구의 이야기로 다가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진짜 사전에 등재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임했다. 그 모습을 보며 교사인 나도 뭔가 숙연해졌다.<경북기계공고 안윤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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