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홋카이도의 한 낙농업자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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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9  |  수정 2023-01-09 06:54  |  발행일 2023-01-09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홋카이도의 한 낙농업자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일본 홋카이도의 한 낙농업자를 보면 우리와 형편이 비슷하다. 그는 홋카이도에서 30년간 목장을 일궈왔다. 직원 17명, 소 3천두, 농지 및 임야 60만㎡. 부채가 50만달러이나 이익 마진은 약 30%이다. 그는 이제 73세로 쉬고 싶으나 자식이나 직원 중에 농장을 물려줄 사람이 없다. 부득불 농장을 팔겠다고 광고를 냈다. 제시한 매도가 0엔. 광고를 보고 26세의 청년이 찾아왔지만 그 청년의 배경과 기대치만 확인했을 뿐 아직은 선뜻 농장을 내줄 생각이 없다. 그 지방의 많은 사람이 그 농장에서 돈을 벌었고 현재 직원도 생계가 걸려 있지만 다 50, 60대 노령이다. 그가 폐업을 하면 우유를 대는 유제품가공업체 또한 낭패다. 특히 이 회사가 있는 곳은 소멸 위기에 있는 인구 2만의 몬베쓰(紋別)시로 6개월 동안 눈이 오며 처마까지 올 때도 있다. 겨울엔 유빙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있을 뿐이다. 2001년엔 초등학교를 세웠으나 학생이 없어 10년 후엔 폐교하였다.

이것이 일본의 중소기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업 경영주의 평균 연령 62세. 이런 중소기업 63만개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 사라진다면 나라경제에 1천650억달러 손해를 입히며 65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정부가 기업을 인수할 사람을 적극 찾아 주고 세금혜택도 약속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고질적인 일본 고유의 전통에 있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이어온 가업은 자식이나 직원에게 물려주는 것이 정석이다. 매각이나 기업인수합병은 아예 생각에 없다. 2021년에는 2천413개 업체가 새 경영자를 찾았지만 4만4천개 업체는 아직 버려져 있다. 이런 업체 대부분은 소도시에 몰려 있다.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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