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가이드] SAFE 투자계약

  •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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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9 19:14  |  수정 2023-01-09 23:45  |  발행일 2023-01-1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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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냐?"

M&A에 있어 '파는' 입장인 기업은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받아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싶다. 반면 '사는' 입장인 투자자는 가치를 최대한 낮춰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싶다. 그런데 편의점에 진열된 컵라면들처럼 회사의 가치를 매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갓 생겨난 스타트업들은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상황을 위해 도입된 방식이 조건부 지분인수계약(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이다. SAFE는 미국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가 처음 고안한 투자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도입됨으로써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SAFE 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 단계에서 투자자가 취득할 지분을 정하지 않고 후속 투자가 이루어질 시점에 확정한다는 데 있다.

SAFE 투자에는 몇 가지 요건이 있다. 후속 투자에서 결정된 기업가치 평가와 연동해 지분이 확정된다. 또한 SAFE 당사자인 회사가 계약에 대해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통상 투자계약은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만 SAFE 투자는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까다로울 수 있다. SAFE 투자를 받은 회사가 자본 변동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SAFE가 체결된 사실을 상대방에게 문서로 알려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후속 투자에 따른 지분율은 어떻게 산정될까? 투자자가 회사에 1억원을 투자했고, 회사가 기 발행 주식 100만 주인 상황에서 기업가치 100억원으로 후속 투자를 받은 상황을 상정해 보자. 후속 투자에서 주식 가치가 1주당 1만원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SAFE 투자자는 1만주(1억원·1만원)의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기업이 성장해서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분을 정해 두지 않은 SAFE 투자자 입장에선 후속 투자에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는 것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가치평가 상한과 할인율이 추가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 사례에서 후속 투자 시 기업가치가 1천억원으로 평가됐다고 가정하자. 1주당 가치는 10만원이 되고, SAFE 투자자가 취득하는 주식 수는 1천주가 된다. 이때 만약 가치평가 상한을 '200억'으로 정했다면 1주당 가치가 2만원이 되고 SAFE 투자자는 5천주를 취득하니 투자자 입장에서 한결 낫다. 혹은 할인율을 '20%'로 정했다면 1천억의 20%를 할인한 800억원이 기업가치가 되므로 1주당 가치가 8만원, SAFE 투자자의 주식 수는 1천250주가 된다.

만약 가치평가 상한을 200억으로, 할인율을 20%로 동시에 모두 정했다면 할인율을 적용한 가치(800억원)이 가치평가 상한(200억원)을 초과하게 돼 가치평가 상한 200억원이 기업가치가 된다. 이 경우 SAFE 투자자는 1천 250주를 취득한다.

이쯤되면 'SAFE 투자로 큰 금액을 받은 후 후속 투자 유치를 안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SAFE는 벤처기업법에서 정하 듯 이자도 없고 상환만기일도 정하지 않았으니 만약 기업이 고의로 후속 투자를 거부하거나 받지 않는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뾰족한 수가 없을 수 있다.

이렇게 투자자와 회사 사이에 이해가 대립되는 지점을 잘 조율하는 게 SAFE 투자계약서 작성의 주된 업무가 된다. 첨언하면 SAFE 투자자가 지분을 취득하는 시점이 투자 시점과 시기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상업등기를 할 때에도 주의해서 챙겨야 한다.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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