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대인의 반려동물, 토끼의 발굴 이야기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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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06:47  |  수정 2023-01-13 06:53  |  발행일 2023-01-13 제21면
키우던 토끼 저승까지 데려간 걸까…임당동고분군 토끼뼈의 정체 '미스터리'
사진8. 임당2호 북분 주곽 토끼뼈(상ㆍ하악골)
임당2호 북분 주곽 토끼뼈(상ㆍ하악골)
올해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띠 해다. 10간 가운데 '계'는 검은색을, '묘'는 12지 열두 동물 중 토끼를 뜻하기에 '검은 토끼띠 해'라고 부른다. 토끼의 상징은 여러 우화에서도 잘 표현된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에서는 잘 달리고 민첩한 토끼가 그려지고, 고전소설인 '토끼전'에서는 지혜롭고 영리한 토끼가 등장한다. 또한 토끼는 전통적으로 달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토끼가 달 속에서 떡방아나 명약을 찧고 있다는 인식은 고대 중국과 불교 설화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로 인해 토끼에게 달의 정령이라는 상징과 무병장수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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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국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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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 받침대의 토끼.
그런가 하면 고사성어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개와 토끼의 싸움'을 일컫는 '견토지쟁(犬兎之爭)'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다'라는 뜻의 '수주대토(守株待兎)' 등에서 토끼가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된다. 또한 '교토삼굴(狡兎三窟)'은 '토끼는 숨을 굴을 세 개를 파놓는다'라는 뜻으로 근심 없이 편히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하는 말로 토끼의 지혜를 표현하기도 한다. 부디 새해에는 누구나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일 없이 각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토끼처럼 지혜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

수주대토·토사구팽 등 고사성어에 사용
고대인에게도 친숙한 동물이었을 가능성
청자투각칠보문뚜껑 향로 받침에도 등장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에서도 간혹 토끼를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국보로 지정된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국립중앙박물관 소장)를 들 수 있다. 이 유물은 고려시대 12세기경에 만들어진 청자 향로로 향을 피우는 화사와 화사 받침대로 이루어졌다. 이 받침대를 아주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쪼그리고 앉아 등으로 떠받치고 있는데 토끼의 눈은 검은색 점을 찍어 나타냈으며 시선은 밖을 향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고려시대 청동거울이나 조선시대 그림, 백자 연적 등에서 토끼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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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당2호 북분 주곽 출토 은제 허리띠(발굴품)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도 토끼가 발견된 사례가 있다. 1982년에 발굴된 경북 경산 임당동고분군은 도굴된 문화재가 해외로 밀반출되는 과정에서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조사하게 되었는데, 당시 도굴꾼이 도굴했던 고분으로 지칭한 곳이 바로 임당2호분이다. 공교롭게도 임당2호 북분 주곽에서 출토된 은제허리띠가 도굴품에서 확인된 은제 허리띠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어 이 고분에서 도굴이 진행되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임당2호는 남분과 북분, 즉 2개의 분묘가 연접되어 축조된 고분으로 남분과 북분 모두 장방형의 주곽(주피장자가 매장된 공간)과 방형의 부곽(주피장자가 사후세계에서 사용할 각종 물품과 순장자가 매장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이 중 남쪽에 축조된 것을 '남분', 북쪽에 축조된 것을 '북분'이라고 불렀으며 남분이 먼저 축조되고 북분이 뒤를 이어 축조되었다. 주곽과 부곽의 배치 양상이 마치 '밝을 명(明)' 자처럼 되어 있어 고고학자들은 이를 '명(明)자형 주부곽식'이라고 명명하였다. 이 분묘의 축조 시기는 기원후 5세기 말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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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당2호 북분 부곽 전경
임당2호 남분과 북분에서는 은제 허리띠를 비롯해 백화수피제 관모 등의 장신구와 수백 점의 토기류와 금동제 마구류 등 수많은 유물이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동물유존체도 많이 발굴되었는데 최근에 이 동물유존체의 동정을 끝내고 그 결과를 공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면 남분 주곽에서는 기러기속, 느시과 등의 조류와 흉상어류와 잉어류 등 어류가 확인되었다. 북분의 경우 주곽 내부는 교란이 심하여 동물유존체의 출토 양상이 명확하지 않지만 꿩과 2점, 기러기속 1점, 돼지 1점이 확인되었으며 흉상어류, 쏨뱅이속, 넙치류, 복어류 등 어류가 출토되었다. 북분 부곽에서는 토기 내부에서 꿩과, 기러기속, 두루미과, 오리속 4종의 조류가 확인되었으며 최소 2마리에 해당하는 돼지뼈와 개뼈 1점이 확인되었다. 돼지의 경우는 '발'만 선택적으로 부장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부곽에서는 흉상어류, 돔발상어과, 잉어류, 쏨뱅이속, 방어속, 감성돔, 넙치류, 복어류 등 어류가 확인되었다. 이 외에 두드럭고둥이 많이 출토되었으며 대수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패류는 해수산이며 담수산인 주름다슬기도 확인되었다.

임당2호 북분 뚜껑돌서 발견한 개·토끼뼈
무덤 지키는 토끼의 발견 아주 특별한 사례
분묘 축조과정 희생의례인지 의도 불명확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분의 주곽에는 화강암제의 큰 돌 4매가 분묘를 덮는 뚜껑돌로 사용되었는데 그 뚜껑돌 북서쪽 부분에 동물뼈가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발굴 당시에는 개뼈 3마리분이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다리는 북쪽으로 향한 자세로 18㎝ 간격으로 가지런히 놓인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출토 양상으로 보아 북분 주곽의 뚜껑돌을 덮은 후에 그 뚜껑돌 위에 매장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최근 고은별(서울대 강사) 선생님의 정밀 분석 결과 여기에는 최소 개가 4마리, 토끼(과) 2마리가 부장된 것으로 파악했다.

결론적으로 임당2호 북분의 매장의례 과정에서 개 4마리와 토끼 2마리를 무덤 뚜껑돌 위에 매장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분묘 축조 과정에서 일어난 희생 의례인지, 반려동물을 순장하여 함께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의도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무덤을 지키던 토끼의 발견은 아주 특별한 사건이기에 고고학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토끼는 사람과 아주 친숙한 동물이라고 한다. 앞서 보았듯이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토끼와 관련한 고사성어나 속담 등 여러 언어 표현에서 보듯이 토끼는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요즘은 반려동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토끼는 현대인뿐만 아니라 고대인의 삶 속에도 아주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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