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근시안적 의료행정과 산부인과 인프라

  • 김병용 구미 해피맘 산부인과·소아과 원장
  • |
  • 입력 2023-02-01 08:02  |  수정 2023-02-01 08:04  |  발행일 2023-02-01 제25면

temp_1673491773968.-238439387
김병용(구미 해피맘 산부인과·소아과 원장)

세계 최하위로 떨어진 우리나라 출산율에 대한 우려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인구 동향조사 출생 통계에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전년도 27만2천300명보다 1만1천800명이 줄었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도 0.84명에 비해 0.03명 감소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다. 2019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이다.

신생아 출생과 평균 합계출산율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분만과 수술 중심의 산부인과 병원의 폐업을 급격히 부추겼다. 의과대학의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이끈 엄청난 결과까지 만들었다. 지난해 비수도권 A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은 16명이었으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남성 지원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다. 산부인과를 지원한 여대생은 진료, 분만, 수술이 아닌 피부 미용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산모와 신생아 두 사람의 목숨을 보장하는 분만과 수술이라는 두려움 속에 수술이 가능한 젊은 산부인과 의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분만과 제왕절개 수술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료진의 평균 연령은 평균 50세를 훌쩍 넘어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중소도시 중심으로 분만 수가를 인상해 분만 가능한 병·의원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여러 지자체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짓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다.

산부인과 병원에 소속된 산후조리원은 떨어진 출산율로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는 방편이 될 수 있으나 자칫 산후조리원이 경영난에 직면할 경우 산부인과 병원마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분만과 제왕절개 수술에 필요한 의료진은 의사를 포함해 최소한 7명이다. 의료진 3교대 운영 산부인과 병원은 천문학적 인건비가 필요해 병원 경영은 순식간에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탁아·교육·주거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하지만 출산 장려에 별다른 효과가 없는 공공산후조리원은 산부인과 병원 폐업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산부인과는 특성상 폐업 이후 분만 수요가 회복돼도 분만 시설을 다시 갖추기 쉽지가 않다. 숙련된 의료진 양성이 어렵고 비싼 장비와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산후조리원 지원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이 새로운 해법으로 바람직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공공산후조리원이라는 인기몰이 정책이 아닌 집과 가까운 곳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산부인과 유지 정책이 최선이다.

아이를 낳지 않아 산부인과 병원도 없는 곳에 만드는 지자체 공공산후조리원은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다. 자칫 산모는 대도시에 가서 아이를 낳고 다시 농촌 지역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른 출산율 제고로 산부인과 병원, 산후조리원, 산모 모두가 만족할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김병용(구미 해피맘 산부인과·소아과 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