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거제도 개혁, 국회가 결단하라

  • 권택흥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구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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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5 07:39  |  수정 2023-01-25 07:45  |  발행일 2023-01-25 제25면
권택흥
권택흥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구갑 지역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연초부터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뜨겁다.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발언의 배경을 떠나 반갑고, 환영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도입된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와 극단적 사표 현상, 국민주권의 무력화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지역구 의원 253명을 선거구별로 최다 득표자 1명만 뽑기 때문이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서울, 인천,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은 전체 121석 중 54%를 득표한 민주당이 103석, 41%를 득표한 국민의힘이 16석, 정의당과 무소속이 각 1석을 차지했다. 반면 영남권에서 부산울산경남은 40석 중 41%를 득표한 민주당은 7석, 53%를 득표한 국민의힘은 32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했다. 대구경북은 25석 중 61%를 득표한 국민의힘이 24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했다. 27%를 득표한 민주당은 단 1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소선거구제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바로 사표 문제다. 당선자를 선택한 국민의 의사는 100% 반영되지만, 낙선자를 선택한 국민의 의사 반영률은 0%이다. 최근 국회의원 선거 사표율은 18대 46.97%, 19대 46.99%, 20대 52.32%, 21대 43.73%로 평균 47%의 국민은 자신들의 주권을 강제로 빼앗기고 있다. 13대부터 무려 34년간 반복된 결과에 영남과 호남에서는 투표를 포기하는 국민이 늘고, 수도권에서는 국민갈등이 고조되어 있다. 고약한 선거제도가 지역을 편 가르고 국민은 분열시키고 국가균형발전과 정치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이러한 소선거구제의 폐해로 인해 국민들은 줄기차게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러한 국민의 목소리를 매번 외면해왔다. 21대 총선에서 여야가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했지만, 47석의 전국구 비례의석 중 30석을 지역구 당선자 수와 연동시키는 연동형 비례제로 바꾼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비례의석을 더 차지하려는 거대 양당의 욕심이 '위성정당'을 출현시켰고, 결국 '정치협작'을 통해 거대 양당만 비례의석을 나눠 먹는 '정치 참사'로 끝나버렸다.

지난 2일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고, 국회의장은 "국회 정개특위가 2월 초까지 복수안을 만들고, 3월 국회의원 전원위원회 등을 통해 확정해서 4월까지 선거구획정을 마무리하자"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다당제가 가능한 비례대표제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당내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중대선거구제 관련 긴급회의를 진행하는 등 논의를 시작했다. 9일 여야 중진의원들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제안했고, 이미 5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광주와 대구에서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를 진행해오고 있다.

정치권 분위기만 보면 어느 때보다 선거제도 개혁의 목소리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고, 그렇게 속아온 세월이 무려 35년이다. 국민의 표가 동등하게 대접받는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의 명령이자 정치도 희망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국민의 명령에 여야와 국회의원들이 이번엔 사생결단(死生決斷)해야 한다.
권택흥(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구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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