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들 위한 말하기·쓰기 1:1 코칭, 겨울방학 동안 한국어 실력 '업그레이드'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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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6 07:12  |  수정 2023-01-16 07:23  |  발행일 2023-01-16 제12면
대구시교육청 '한국어집중 배움프로그램'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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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학생의 한국어 공부를 위해 지난 2~13일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에서 진행된 '겨울방학 중 한국어집중 배움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지역의 학령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이런 탓에 2027년 지역 초등학생은 9만4천310명으로, 10만명대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2031년에는 6만1천715명으로, 지난해(12만1천480여 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대구시교육청은 내다 보고 있다.
 이렇게 지역 초등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지역 내 다문화 학생 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5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전체 학생의 1.0%이던 다문화 학생 수는 2021년 2.1%로 5년 사이 갑절 이상 늘어나면서 6천명가량이 재학 중이다. 이렇게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면서 불가피하게 한국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학생과 학부모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겨울방학을 맞아 다문화 가정 내 학생,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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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과서 학습단어·개념이해 중심
지도강사 1명당 학생 1~2명만 집중교육
한국 전통놀이 즐기며 쉽게 배워 큰 호응

다문화 학부모 대상 통역서비스도 진행
궁금한 교육정보 문의하면 전화로 답변

◆개인과외처럼 진행한 다문화학생 한국어교육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대구세계시민교육센터에서 '겨울방학 중 한국어집중 배움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공부에 필요한 한국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학교 수업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다문화학생을 돕기 위해 교육청이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 것.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다문화학생 중에는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어 일상생활 속에서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수업 시간, 교과 속에서 활용되는 주요 어휘나 개념과 관련된 '학습언어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탓에 한국어에 대한 이해 자체가 떨어지면서 학습 부진이 누적돼 학교생활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교과 속에서 활용되는 어휘와 개념 중심의 학습언어 한국어와 관련 글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을 높이는 것에 맞춰졌다.

이를 위해 학생의 한국어 수준을 반영해 △기초 의사소통 한국어 학습 △생활 속 대화 연습하기 △문해력 및 독해력 향상 △수업 중 활용 어휘 익히기 등으로 구성된 '기초한국어반', △학습하는 방법의 학습 △문학작품 읽기 및 해석하기 △주제에 맞는 글쓰기 등으로 구성된 '교과학습 한국어반'으로 나눴다. 반 배정은 신청 학생의 수준과 학년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수업은 지도 강사 1명당 학생 1~2명 등만 배치하는 소수 집중개별지도 형태로 진행됐다. 지도강사는 모두 한국어지도 자격 및 경력이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로 구성했다. 그렇게 초등학생 19명, 중학생 3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 중 국내에서 태어난 다문화학생은 9명, 초등학교 수업을 받아야 할 나이에 입국했거나 외국가정 학생이 13명이었다. 이들은 학교 수업처럼 오전 9시30분부터 하루 3교시 수업을 소화했다. 부모들의 국적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등으로 다양했다.

◆한국어에 자신감을 찾은 다문화학생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미소(초6)양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한 살 때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를 따라 중국에 들어가 중국학교를 다니다 지난해 귀국했다. 중국 내에서도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한족 학교에 다닌 것도 아니었다.

이 양은 "계속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1학기 때 한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게 된 탓에 한국어를 거의 못 했다. 다행히 학기 중에 진행된 각종 지원 프로그램 덕에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간단한 대화는 주고받을 수 있고 읽고 쓸 수 있지만, 공부할 때는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가 학교에서 안내된 한국어집중 프로그램을 신청해줘 참가했다"며 "이번 프로그램에참가하면서 한국어 문법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한국어 실력이 더 나아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한국어를 배우면서 함께 해본 한국 전통놀이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이 좀 더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윷놀이 등 다양한 전통 놀이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다.

부모들의 반응도 좋았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둔 카자흐스탄 출신 A씨는 4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나이가 된 지난해 9월 한국에 뒤따라 들어왔다. 특히 부모 모두 카자흐스탄 출신이라 가정 내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기 힘든 구조였다. 이에 아이는 한국에 들어온 이후 대구시교육청의 '방문형 한국어집중 배움학급'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 등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고, 그럼에도 부족한 상황이라 방학을 맞아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

A씨는 "우리 아이가 간단한 한국어를 읽고 따라 쓰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외국인 가정이다 보니 가정에서는 한국어를 쓰지 않아 한국어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방학 기간에 이렇게 한국어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한국어 단어들도 많이 알게 됐고, 아이 스스로 한국어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좋아졌다. 잘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에 기초한국어반 교사로 참여한 하미경 교사(용천초등)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한국어 어휘력 습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해 보람 있었다"며 "수업하는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쳐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이후 학교에서도 더욱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기본적인 한국어 의사소통이 되더라도 학습을 위한 한국어를 알지 못해 학습 부진이 누적되는 중도입국·외국인 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겨울방학 중 한국어집중 배움프로그램은 다문화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한국어 지도를 통해 학습 부진 해소와 기초학력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문화학생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생활을 돕고 학부모에게 촘촘한 교육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다(多)-잇다'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이 언어장벽 없이 교육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으로, 다문화가정 부모가 14가지 언어 가운데 자기 모국어를 선택해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면 이틀 안으로 모국어 통역 인력풀에서 전화를 해 궁금한 점에 대해 답변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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