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야생화연구회

  • 박지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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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6  |  수정 2023-01-16 07:30  |  발행일 2023-01-16 제20면

[문화산책] 대구야생화연구회
박지극<시인>

연말이 다가오면 나는 기다리는 우편물이 있다. 대구야생화연구회에서 오는 탁상달력이다. 대구야생화연구회에서 일 년 동안 탐사하여 찍은 야생화 사진 중에서 작품 12점을 매달 한 점씩 엄선하여 달력을 만들면 일 년 내내 탁상에 두고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2023년 달력도 어김없이 우송되어 왔다. 이 달력 한 권이 대구야생화연구회의 1년 탐사 성과로 남는 것이다. 달력의 제목은 '우리 꽃 만났네'.

대구야생화연구회는 역사가 깊다. 1997년 생물과 출신 선후배 5명이 한국식물유전자원보존회(당시 회장 김원섭)라는 식물연구단체를 만든 것이 시발점이었다. 2002년 야생화 탐사 교실을 개설하여 일반 시민 대상으로 탐사에 나섰으며, 회원이 늘고 요청이 있어 대구야생화연구회를 새로이 창립하고 2003년부터 매년 15~20회 정도의 야생화 탐사를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매년 야생화 전시회를 개최하고 야생화 달력도 발간한다. 2022년에는 원거리 탐사 9회, 토요 탐사 11회, 대구도심 숲길 걷기(금요일) 6회, 제18회 야생화 전시회 개최, 2023년 야생화 달력 2천부 제작 등의 행사와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회원은 온라인 참여자 3천명 정도이고 정회원 100여 명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23년부터 장윤기 회장이 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으며, 연구회 초기 멤버인 박창규 식물계통학 박사가 지도의 중심에 있다.

탐사에 나서보면 야생화는 꽃의 크기와 모양 그 빛깔이 너무나 다양하다. 어떤 야생화는 지천으로 어디에나 무리 지어 피는가 하면, 어떤 야생화는 그늘지고 습한 곳에 일부러 찾아 들어가야만 찾을 수 있기도 하다. 주먹보다 큰 꽃을 피우는가 하면, 접사렌즈를 사용해야 겨우 촬영할 수 있는 깨알만 한 꽃도 있다. 그 빛깔이 화려해서 아주 멀리에서도 금세 눈에 띄는 놈이 있는가 하면, 빛깔이 아주 미미해서 꽃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꽃도 있다. 개화 시기도 이른 초봄 눈 녹기 전부터 늦가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다. 크든 작든, 많이 무리 지어 피든, 외로이 떨어져 홀로 피든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야생화는 없다. 그래서 야생화 탐사에 나서는 사람은 '오늘은 어떤 사랑스러운 꽃을 만날까?' 하는 심정으로 가슴 설레지 않는 날이 없다.

탐사자는 저절로 식물 한 그루, 잎 하나도 소중히 하는 자연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된다. 식물을 꺾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러나 촬영은 식물이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마음껏 찍는다. 마음 둘 데 없고, 삶에 활력이 없다면 야생화 탐사에 나서보라. 삶에 활력을 주는 앙증맞고 예쁜 우리 자연의 우리 야생화가 맞아줄 것이다.박지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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