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혼자가 익숙한 세상, 함께 살기를 말하기

  •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 |
  • 입력 2023-01-16 06:50  |  수정 2023-01-16 06:57  |  발행일 2023-01-16 제25면

2023011501000469800019061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많아도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혼자'라는 단어를 아주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요즘, '함께 살기,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공동체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을 같이하는 집단을 뜻한다. 개인이 아닌 여럿이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방향으로 생활해 가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것이 공동체의 본질이다. 나의 가치관이 내 생활에서 실천되고 나아가 공공성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대화나 사건을 통해 만나면서 창조적 공동체가 형성된다. 한 사람의 일상적 삶의 변화로 시작해서 그가 속한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고 결국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며 함께 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는 여럿이 어울려 살아가는 아주 구체적인 삶 자체이다.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훌륭한 의견들은 많겠지만 시민단체 활동가의 입장에서 바라는 우리 지역의 공동체성을 높이는 실천적 행동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자신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가치관을 확고히 한다. 나도, 너도, 모두가 그냥 존재하는 인생이 아니다. 언젠가는 삶의 여정에서 빛을 내는 소중한 존재이다. 둘째,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연결되는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겸손함이 필요하다. 다양한 생각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인정과 수용이 있는 대화로 의사소통할 때 언어폭력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셋째, 자신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진정한 배려가 아니다. 내가 하는 입장이 아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활동이 진정한 배려이다. 넷째, 기후위기의 시대임을 감안하여 대중교통 이용을 조금씩 늘리고 제한된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며 함께 자원을 사용하는 삶을 산다. 아나바다에 참여하고 제로웨이스트숍을 이용하는 것,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첫걸음을 시작해 보자.

다섯째, 예절을 지키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공동체의 약속과 규칙을 지킨다. 일상의 약속과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편하고 손해를 보는 누군가가 생기기 마련이다. 여섯째, 시간을 내어 자신이 가진 재능과 지식, 물질을 자원해서 나누는 자원봉사활동은 이웃과의 연결망을 더 단단하게 묶어주는 아름다운 삶의 방식이다. 일곱째, 자기 주도적인 선택과 활동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웃을 지지하고 협력하는 활동이야말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여덟째, 보살핌과 협동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는 기부 실천을 들 수 있다. 내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고 있는 단체를 후원하면서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소액 기부부터 시작하자. 아홉째, 내가 있는 곳을 누군가를 맞이하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환대의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지금 이 순간, 그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도록 인정, 신뢰, 격려, 희생, 나눔 등이 있는 환영받고 환영하는 자리가 될 수 있게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고 초대하자. 마지막으로 공동체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천하는 힘이다. 나부터 실천하는 노력이야말로 공동체의 변화를 불러오는 씨앗이 되고 바람이 된다.

함께 살아가기보다는 나 혼자 잘 살면 되는 각자도생이 팽배한 사회이다. 그럴수록 방향을 바꿔 함께 사는 '살 만한' 모습으로 삶의 양식을 바꾸는 공동체성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