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인간의 활동, 기술 그리고 지구 환경의 미래

  •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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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7 06:44  |  수정 2023-01-17 06:46  |  발행일 2023-01-17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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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최근의 디지털 기기는 사용자 맞춤의 기사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이 연동되다 보니, 필자는 지금도 폐플라스틱 등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 등을 여러 형태의 기사로 접하였다. 1967년 개봉한 영화 '졸업'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더스틴 호프만에게 아버지의 친구는 엄청난 미래 성장 아이템인 것처럼 '플라스틱'을 언급한다. 편안하고 윤택한 삶의 매개체로 우리 삶에 매우 친밀한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여 운송 과정의 경량화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환경 오염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디지털 활동 역시 상당량의 탄소 발자국을 남기며 환경에 영향을 준다. 더구나 디지털 세상은 사용자의 접속을 오래 유도하기 위한 산업으로 급변하고 있으니, 탄소 발자국은 자연스레 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환경일 것만 같았던 여러 기술의 실상을 깨닫고 보면, 지구 환경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산업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일반인에게도 매우 친숙해진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연구개발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와 관련된 특허출원 건수는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폭증한다. 이 무렵은 국내기업에 의해 휴대용 MP3플레이어가 세상에 처음 등장하였고, 홀로 즐기는 개인적 여가에 대한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은 시기라 할 수 있다. 이후 외형과 내적 콘텐츠가 급변한 휴대용 전화기가 컴퓨터의 기능을 일부 흡수하고, 온라인 활동의 주된 출입구가 되면서 정보기술(IT)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이와 궤를 함께하며 2010년을 기점으로 에너지 저장과 관련된 기술의 특허출원은 비약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즉 디지털 세상을 넓혀온 IT와 환경기술(ET)은 에너지 기술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값싸고 눈에 쉽게 띈 덕분에 환경오염의 상징이 된 플라스틱도 석유 자원에서 근거함을 본다면, 인간 삶의 윤택함은 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산업의 규모와 비례한다.

현재까지 2차전지 관련 특허 출원은 국가별 현시기술우위지수로 보면 일본을 앞질러 우리나라의 전지 산업에 대한 집중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즉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에 집중 투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의 집약체로 IT와 ET혁명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전지 산업은 불행히도 채굴 및 생산과 폐기에서 상당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다수의 만족을 위한 이념으로 민주주의라는 형태를 도출하였다. 그리고 1900년대 중반까지 세계전쟁과 심각한 불황 등을 겪으면서 지구 공동체의 조율을 위해 다양한 결정 의사기구가 등장하였다. 그 과정에 기술혁명은 산업의 발전과 의료 혜택의 확장으로 폭발적인 인구 증가세를 유도하였다. 각국이 환경 문제를 논의할 때, 다양한 핑곗거리를 찾지만, 간단히 보면 환경 오염 문제는 인간의 활동과 비례하며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경제 문제와 직결된다. 모든 활동은 에너지를 요하고, 어떤 형태로든 부산물을 내놓게 된다. 불행히도 완전히 친환경적이면서 편안한 기술은 쉽게 완성되기 어렵다. 기술이 야기한 환경 문제를 다른 기술로 해결하려는 접근법의 유효성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지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의 형태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환경에 더 빠른 가시적 효과를 줄 것이다. 


박치영<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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