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제2의 身土不二 문화 기대하며

  • 손원영 농협중앙회 대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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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9 07:37  |  수정 2023-01-19 07:51  |  발행일 2023-01-19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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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영 (농협중앙회 대구본부장)

2023년 계묘년 시작과 함께 전국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됐다. 벌써부터 한국 축구 간판스타 손흥민 선수,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걸그룹 러블리즈 출신 미주 등 유명인들의 고향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그 기부금을 주민복리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 혜택(10만원 이하 100%·10만원 초과 16.5%)과 기부액의 일정액(30% 이내)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 애틋한 고향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고 혜택도 함께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부제도이다. 기부금은 고향사랑e음 사이트나 전국 농협은행 및 농·축협을 방문해 납부 가능하다.

우리보다 앞서 고향납세를 도입한 일본은 2008년 도입 첫해에는 81억엔(5.4만건)에 불과했으나 이후 점차 늘어 2021년에는 8천302억엔(4천447.3만 건)으로 집계됐다. 2008년 대비 건수는 823배, 기부금액은 102배로 급증했다. 특히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정'은 인구 5천명 내외의 작은 마을이지만 2018년 기준 마을 전체 세수의 3배 이상인 21억엔(약 222억원) 규모의 고향납세를 유치했다.

일본에선 고향납세 답례품 중 지역 농축수산물 선호도가 81.7%로 가장 높다. 답례품은 지역생산 기반을 둔 물품이나 서비스로 한정하고 있다. 지역 원재료 비율이 높은 농축수산물 중심으로 운영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도가 더 컸다. 또한 소멸 우려 지역의 대부분이 농촌지역이므로 농업·농촌의 발전을 통해 농촌지역의 소멸을 막으려면 농축산물 중심의 답례품 운영으로 지역 농업인의 소득을 높여 농촌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1989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한국 농업이 위기에 처하자 농협에서 캠페인으로 널리 알렸던 '신토불이'라는 말을 기억하는가.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이다.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나온 먹거리가 자신의 몸에 더 잘 맞는다는 의미다. 농축산물 중심의 답례품과 그 뿌리가 닿아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최근 가속화되는 인구 감소로 저하되고 있는 지자체의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 특색에 맞게 기부금을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기부문화가 한층 성숙 됨은 물론 지역 발전과 재도약의 기반을 다질 기회가 될 수 있다.

곧 설 명절이다. 설이라는 이름은 새로 온 날이 '낯설다'는 의미에서 그 어근인 "설다"와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날을 의미하는 '선날'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아직 다수의 국민에게 낯설 것이다. 올해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가족·친지들과 함께 고향에 대한 아련한 마음과 고향기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대구시 및 8개 구·군의 고향사랑기부 답례품 중 농축산물은 한우세트, 발아현미, 동구 반야월 연근, 달성군 유가 찹쌀, 잡곡세트 등이 있다. 향후 고향사랑기부제가 정착되면 계절별 농축산물 답례품을 추가 도입하는 방안도 지역농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답례품으로 추가 선정할 만한 대구지역 특산물로는 동촌 체리, 가창 미나리, 고산 포도, 하빈 참외, 옥포 수박, 논공 토마토, 현풍 양파, 구지 오이 등이 손꼽힌다.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는 "후진국이 공업화로 중진국은 될 수 있지만,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지속 가능한 100년 농촌 구현을 위해 국민의 적극적인 기부 동참과 함께 농축산물 위주 답례품의 공급과 수요가 더욱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손원영 (농협중앙회 대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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