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두 개의 질문

  • 임진형 음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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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9  |  수정 2023-01-19 07:47  |  발행일 2023-01-19 제16면

[문화산책] 두 개의 질문
임진형〈음악학 박사〉

새해를 맞이하면 나만의 리추얼이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가 그중 하나다. 올해는 영천 은해사를 찾았다. 저녁을 먹고 명상을 할 생각이었지만, 나는 대웅전에 가서 생전 처음 예불에 참여했다. 대웅전의 목탁 소리와 함께 스님의 예불 소리는 마치 천주교의 그레고리안 성가와 비슷한 느낌이다. 가까이서 듣는 목탁 소리는 더욱더 또렷하고 크게 들렸다. 그 소리 하나에 나의 많은 잡념은 쉬 달아나는 듯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이었다. 주지 스님께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차담에 초대했다. 나는 얼마 전 대구박물관 은해사 특별전시에서 본 '백흥암 수미단'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주지 스님은 당장 수미단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곧장 1년에 한 번만 오픈한다는 백흥암에 도착했다. 마침 선방에 머무는 스님들이 운동 삼아 마당을 걷고 있었기에 우리는 방해되지 않게끔 조용히 수미단이 있는 극락전으로 갔다. 불교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 수미산을 본떠 만든 수미단은 법당에서 불상을 안치한 수미산 형상의 단을 말한다. 유교, 불교, 도교에서 가장 성스럽고 좋은 것만을 조각하였으며 삼라만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오래고 낡은 목조 조각물이지만 무척이나 성스럽게 느껴진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또 다른 궁금증은 화두라는 말이었다. 은해사 주지 스님은 '화두'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를 또 다른 암자인 운부암으로 안내했다. 운부암은 팔공산은 물론, 남한 최고의 명당자리여서 새해의 기운을 받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성철 스님을 비롯한 큰스님들의 수행처이기도 했다. 주지 스님 왈, 화두라는 것은 참선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참구(參究)하는 궁극적인 질문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사람은 왜 살까?' 또는 '왜 죽을까?'라는 하나의 화두를 받고 거기에 수반되는 온갖 번뇌와 망상 등을 끊어버리면서 오롯이 한 가지 의문에만 집중하는 참선법이 그것.

운부암 입구에는 번뇌와 해탈, 승속이 둘이 아니라는 '불이문'이 있다. 그 입구에 적힌 말, '이 뭣고? 한 의심 생사 고통 소멸되네'에서 '이 뭣고'라는 세 글자를 보고 있자니 오직 5개의 음으로 'Two Pages'를 작곡한 미니멀리즘 선구자 필립 글라스가 생각난다. 그에게는 5개의 음이 화두였을까. 향을 싼 종이에선 향 내음이 난다고 했던가. 은해사의 음식에서도 아마 향과 목탁 소리가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화두는 무엇일까. 나의 음악과 글에는 어떤 향기가 날까… 또 새로운 시작이다.임진형<음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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