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영양 고추가 스마트농법을 만난다면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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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6  |  수정 2023-02-06 06:45  |  발행일 2023-02-06 제26면

[취재수첩] 영양 고추가 스마트농법을 만난다면
배운철기자〈경북부〉

고령화와 농번기 일손 부족.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인구 4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경북 영양은 대다수 주민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농가의 일손 부족 문제는 영양군의 오랜 난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군이 내세운 여러 가지 '발상의 전환'이 눈에 띈다. 바로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가장 먼저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다.

군은 2016년 베트남 화방군과 농업인력 파견 MOU를 체결한 이후 2019년까지 총 489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도입했다. 이들은 수확기 농가에 큰 도움이 됐다.

자리를 잡은 것 같던 이 사업이 암초를 만난 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의 문이 닫혔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시장에서 인건비가 급상승했고, 농가의 어려움은 배가됐다.

하지만 악재 속에서 군의 대응은 빛났다.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의 공조를 통해 우즈베키스탄 계절근로자 112명 입국(2021년),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방식 추가 도입(2022년) 등 적극 행정에 나섰다. 다행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들면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베트남에서 계절근로자(145명)를 입국시키기도 했다. 또 필리핀 딸락주(州)와의 MOU 추가 체결 등 인력수급 다변화에도 나섰다.

올해는 200여 농가에 계절근로자 830명이 4월부터 순차적으로 입국한다. 고사리손도 절실한 수확철 농가 현실을 고려하면, 가뭄에 단비 그 이상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 농업을 외국인에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어·문화 차이에서 오는 계절근로자와의 소통이나 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더라도 식량 주권 확보 등을 위해 농업은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손 부족 문제 해결과 더불어 이제는 노동력 중심에서 선진 영농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고무적인 건 올해 군이 선진농업 도입을 위한 예산 730억원을 편성했다는 점이다. 농민들 기대 또한 매우 크다. 청년농 육성, 디지털·데이터 기반 첨단농법 보급 등 농업 현장의 대대적 변화가 기대된다. 마침 경북도도 '농업대전환'을 민선 8기 중점시책으로 정했다. 판은 깔렸다. '물이 들어오는 때'에 맞춰 열심히 '노를 저을 일'만 남았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영양 고추가 스마트 농법과 만나 환상의 컬래버레이션을 이룰 날을 기대해본다.
배운철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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